돌돌싱 이야기 1
두 번째 이혼을 하면 새로운 연애를 빨리 시작하리라 다짐을 했었습니다.
왠지 그래야 바닥으로 떨어진 내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회복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 내 모습이 오히려 전남편에게 복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이혼을 하고 나니 전혀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럴 의지도 에너지도 전혀 없었습니다.
식탁 앞에 잠시 엎드렸는데 내 팔다리를 누가 다 당기는 것만 같아서 일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은 일어나고 싶었는데 몸은 전혀 그럴 힘이 없었습니다.
그러한 시간이 이어지던 어느 날 이혼한 친한 언니가 커피 마시자고 절 끌어냈습니다.
아주 밝은 표정의 언니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애인 생겼어요? 얼굴이 정말 이뻐졌어요.”
힘없이 묻는 나에게, 언니는 힘차게 말했습니다.
내 시선은 아래로 갔습니다.
좀 전까지 눈치도 못 챘었는데 그러고 보니 옷태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가슴수술이라는 건 젊은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나이에 가슴 수술을 한다는 걸 생각도 못해봤기에 솔직히 말하면 언니의 가슴수술은 나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안 아팠어요?”
우리가 적지 않은 나이이다 보니 사실 이게 가장 궁금했습니다.
어디선가 성형수술 중에 가슴수술이 가장 아프지만 가장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던 것 같아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습니다.
좀 전의 힘없이 축 쳐지던 나는 이미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었습니다.
“하나도. 그러니 너도 해.”
소문과 달리 언니 표현으로 말하자면 전혀 아프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생살을 찢는데 어떻게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프지 않게 잘하는 의사가 있다고 해서 소개받아서 수술했는데 대만족이라고 했습니다.
소개해준 지인 또한 이혼했는데 요즘 애인 만나고 아주 신나게 재밌게 산다고……
“나도 처음엔 다 늙어서 무슨 가슴수술이야 했는데, 그 언니가 너무 즐겁게 사는 모습 보고 마음이 바뀌더라고.
바로 상담하러 갔지.
그랬더니 50 넘어서하는 분들도 많다는 거야.”
그런데 생각해 보니 가슴수술은 4,50대가 적기일지도 모르겠네요.
애를 더 이상 낳지 않아도 되고 모유를 먹이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나이에 쪼그라들고 처진 가슴을 이쁘게 하는….
그러네요. 오히려 진짜 필요한 나이네요.
재차 물었습니다.
“정말 안 아팠어요? 누가 그러는데 가슴수술은 죽다 살아난다던데요.”
“난 안 아팠어.
어떻게 하나도 안 아플 수가 있겠니.
그렇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죽다 살아난다는 표현을 쓸 만큼 아프진 않았어.”
그리고 언니가 말했습니다.
가슴 수술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이혼 후 여자로서 이제 끝이다라고 생각했을 때였다고 했습니다.
나처럼 아플까 봐 고민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게 수술이라는 육체적 고통을 동반하게 되더라도요.
그 육체적 고통이 아무리 아파봤자 이혼의 아픔만큼은 아닐 것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