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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아내로 불려지고 싶지 않습니다.

돌돌싱 이야기 2

by 핑크레몬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상간녀의 임신까지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문득 이런 질문을 나에게 해보았습니다.


나는 그때 분명 본처였는데 왜 자꾸만 내가 루저 같은 기분이 드는지.


혹시라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하면 난 여전히 본처를 택할 것인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왠지 본처는 사랑이 없는 명분뿐인 자리 같았고 상간녀는 현재 사랑을 받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둘 중 고를 수 있다면 본처를 택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보였는데 막상 내가 본처에 자리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보니 어쩌면 상간녀가 더 낫겠다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드라마처럼 상간녀는 본처자리를 탐내는 걸까요?

모두들 본처가 안정적으로 보여서 본처자리를 탐내는 걸까요?

만약 본처 자리를 탐내지 않는 상간녀라면요?

아니 상간녀라는 이름보다 애인이라는 이름이 맞겠네요.

애인이란 글자에는 사랑이 들어가 있습니다.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이 자신의 외도녀를 상간녀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애인이라고 부르죠.

이 단어에서부터 이미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아내는 가족이고 애인은 사랑하는 사람인 거죠.


그 애인이 아내가 되면 안정을 찾게 될까요?

바람피운 사람과 안 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핀 사람은 없다고들 합니다.

아내가 되면 또 다른 애인이 생길까 두려워질 겁니다.

본인이 그렇게 그 자리에 앉은 거니까요.


본처와 상간녀 중 선택할 수 있다면이 아니라

아내와 애인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이 맞는 표현일 겁니다.


아내이면서 애인일 수는 없는 걸까요?

그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면 둘이 하나가 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아내건, 애인이건 이름이 주는 자리가 아니라

사랑을 받는 존재인지 아닌지인 거 같습니다.

아내가 돼도 좋고, 애인이 되어도 좋습니다.

사랑받는 존재라면요.


또다시 내가 아내란 이름으로 살게 되는 날이 올까요?

나는 아내란 이름이 갖고 싶은 걸까요?

더 이상 누군가의 아내란 이름으로 살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내란 이름 없어도 좋습니다.


혹시라도 그런 기회가 와도 아내란 이름만으로 나는 다시 불안해질 것 같습니다.

내게 걸맞은 이름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나는 한 사람의 아내이고 싶었지, 여러 남자의 아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면 그게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닐까 봐 무서울 것 같습니다.

돌돌돌싱은 정말 되고 싶지 않거든요.


본처와 상간녀, 아내와 애인

어떤 이름으로 불릴지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이름이든 사랑받는 존재이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근데, 그 이름이 아내라면 난 또다시 겁부터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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