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결혼이야기 1
돌돌싱들 중 그 누구도 2번 이혼하고 싶었던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한 번은 어릴 때의 실수처럼 이해가 될 것 같은데, 2번 이혼했다고 하면 갑자기 나에게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이혼이라는 것이 어찌 한쪽만의 문제이겠냐만은…
나는 두 번째 결혼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혼 전부터 나는 더 이상 이혼이라는 걸 경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의 끊임없는 구애에도 불구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의 고민 끝에 결혼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기고 나서야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두 번째 남편은 나에게도 너무 다정하고, 아이들에게도, 부모님께도, 친구들에게도, 회사에서도 모두에게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첫 번째 남편 사이에서 낳은 첫째 딸에게도 너무나 좋은 아빠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너무 사랑해 주고 아껴주었습니다.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첫 번째 결혼에서 그렇게 아팠나 보다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기 전까지 너무나 좋은 남편, 좋은 아빠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혼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혼할 때처럼 신중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처음 외도를 경험하기 전에는 나는 남편이 외도하면 무조건 이혼할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적어도 나에게 그러한 일은 일어날 일이 없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다정한 사람이었기에.
하지만 처음 외도의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한 번의 외도로 이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만으로 나의 소중한 가정을 잃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고도 이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그때서야 그들이 그 사실을 알고도 왜 이혼을 하지 않는지 알았습니다.
가정이라는 건 그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이어서 그럴 수 없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말자였습니다.
나만 입 다물면 세상이 모를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면 이 가정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들도 모르고, 친구들도 모르고, 아이들도 모르면 우리는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나의 가정은 그렇게 완벽하게 보이고 싶었고 그렇게 보여야 된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나만 참으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을 뿐이었습니다.
적어도 이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어졌습니다.
돌싱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돌돌싱은 나 자신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인생을 리셋하듯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두 번 이혼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첫째 아이에게 겨우 좋은 아빠가 함께 했는데 다시 아빠를 뺏을 수 없었습니다.
둘째에게도 너무 좋은 아빠였기에 아빠를 뺏을 수 없었습니다.
그냥 이 아이들에게 아빠가 없는 가정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이들에게서 아빠를 뺏는 게 아닌데도 내가 뺏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친정 부모님께도 2번 이혼한 딸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고 저렇게 생각해 봐도 정말이지 2번 이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2번 이혼할 용기가 도저히 나질 않았습니다.
나만 참으면 이 가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하지만 나는 그의 외도가 온전히 없었던 것처럼 그 사람을 대하지 못했습니다.
수시로 감시하고, 위치추적하고, 전화 걸고, 자그마한 실수에도 그의 외도를 거들먹거리며 짜증 내고, 화내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나는 그 거짓말을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바람을 피우려는 사람은 아무리 막으려 해도 피고, 안 필 사람은 안 핀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때 알았다면 외도를 막아보려고 그렇게 노력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허무한 노력을 하느라 시간 낭비를 너무 많이 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