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결혼이야기 2
“그럼, 나 바람 펴도 돼?”
남편은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럼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데 당신만 모른다면? 그래도 살 수 있어?”
저는 이 말에 이 사람이 바람을 폈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그런 의미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바람을 피우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당신 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면 당신은 그 와이프한테 말해줄 거야?”
“아니 절대 말 안 하지.”
이런 상황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알려야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고민돼서 전남편에게 말을 했더니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위와 같은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본인은 본인만 모르면 살아갈 수 있고 알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반대로 저는 살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나만 바보가 되는 기분 일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때 그 순간도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차마 나에게만 말 못 하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었겠죠. 그럴 가능성 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는데 본인은 살 수 있답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합니다.
그렇게 전남편은 결국 들켰고 들켰을 때 처음으로 딱 한번 그런 거라고 우겼습니다.
하지만 그 거짓말은 곧 들통이 났습니다.
결국 친구 남편의 외도사실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나의 발언으로 인해 친구가 받게 될 상처가 너무 잔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알게 되었다면 분명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 또한 나 혼자가 아닐 텐데 내가 나설 필요는 없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미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으니까요.
어떤 쪽이건 저는 그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 남편 외도를 알린 사람으로만 남을 것 같았습니다.
그로 인해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나를 원망할 것만 같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전남편의 외도를 알았다 하더라도 내게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던 거죠.
그때는 이해를 못 했는데 이렇게 이혼을 하고 보니 알고 있었을 그 누군가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렇게라도 가정을 지킬 수 있다면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게 현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앞으로도 혹시 친구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저 또한 똑같이 입을 다물 것입니다.
나는 나만 모르면 못 사는 사람이었지만, 나만 모르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알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정을 지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렇게 해서라도 가정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가치관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