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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상간녀가 임신을 했답니다

두 번째 결혼이야기 4

by 핑크레몬














힘겹게 외도를 허락하고 한동안 우리는 별일 없이 지냈습니다.

남편은 마치 그렇다고 당장 바람피우지는 않을게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랐습니다.

그거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나 그거 취소하면 안 될까라고 몇 번이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성적인 나는 이미 약속한 거니 이것도 부부간의 약속인지라 지켜야 된다고 했지만

감성적인 나는 먼저 부부의 신뢰를 깬 건 남편이니 너도 그 약속 안 지켜도 된다고 말을 했습니다.


평화롭게 지내고 있던 그 당시에는 그 말을 꺼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평화가 유지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정말로 또 외도가 일어난다면 그때는 과감하게

“그때 그 약속 취소야. 무효야. 앞으로도 그렇게 안 할 거야.”

라고 외치리라 속으로 몇 번이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나 자신을 달래지 않으면 외도를 허락한 나 자신이 너무 비참해 보일 것 같았습니다.

모른 척하고는 살아도, 대놓고 외도를 허락하는 바보 같은 년이 어디 있을까요?

그게 바로 나였습니다.


그런데 그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의 상간녀가 임신을 했다고요.

애써 버텨왔던 저는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남편 말처럼 꽃뱀이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 앞에 그냥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외도를 허락한 년보다 더 멍청한 새끼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가정을 지키고 싶어 하는 와이프를 가엾게라도 여겨주지.

진짜 미친놈이구나.


외도를 허락하겠다는 무모한 약속을 더 이상 지키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저는 비참해졌습니다.

외도를 허락할 때도 비참했는데 남편 상간녀가 임신한 것도 비참했습니다.


어쨌든 나는 비참해질 운명이었나 싶었습니다.


이번엔 내가 먼저 이혼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가 이번에는 진짜 이혼을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한 번만 봐달랍니다.

여태 봐줬는데 한 번만 봐달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일까요?

이제야 이혼하기 싫답니다.


6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오로지 가정을 위해서 살 테니 6개월 동안 지켜보고 마음에 안 들면 그때 이혼해도 늦지 않지 않냐고 애걸을 했습니다.

다들 남편 외도 받아들이고 산다고 당당하던 그는 어디로 가고 그렇게 애걸을 했습니다.


외도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상간녀 임신까지 참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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