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epi.3/3

멀어지는 소리

by 구도

사이렌 소리가 멀어지고 그 소리가 희미해질 때쯤

나는 다시 지금의 내가 있는 곳으로 온전히 돌아올 수 있었다.



며칠 뒤 엄마는 지금 아빠의 상태는 적극적이고 집중적인 치료를 요하는 상태이니,

아빠를 정신의학과에서 전문으로 운영하는 입원 병동에 잠시 입원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나 역시 아빠의 자살 소동에 큰 충격을 받았던지라 엄마의 말에 수긍했다.


입원 절차는 일반 병원과는 사뭇 달랐다.


정신의학과 특성상 환자 본인이 입원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 병원은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을 전문으로 입원치료하는 병원이었다.)

본인이 입원을 거부할 경우 입원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입원이 진행된다.


병원에서는 앰뷸런스를 보내주었는데,

그 앰뷸런스 안에는 환자가 저항을 할 경우 입원을 도와줄 경호원 같은 사람도 있었다.


입원을 해서 치료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에 아빠는 그다지 저항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아빠와, 엄마, 나는 사이렌을 울리며 길 위를 질주하는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빠 옆에는 경호원 두 명이 앉아있었지만, 아빠를 제지할 필요는 없었다.

아빠는 초점 없는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앉아있었고,

그 낯빛은 산 사람의 것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나는 앰뷸런스를 탄게 그날이 처음이었는데,


그날 깨달은 사실은

사이렌 소리는 가까이서 들으면 고막이 아플 정도로 정말 매우 매우 크다는 것과(당연히 그렇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심장 뛰는 소리가 사이렌 소리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귀청이 터질 듯한 사이렌 소리가 만들어내는 진동이 나의 몸 전체를 흔들어대고,

그 진동이 어찌나 강하던지 내가 있던 시공간도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해 성인 보호자 2명의 동의 하에(엄마와 나) 아빠는 병동에 입원했다.


직접 눈앞에서가 아닌,

아크릴로 만든 면회실의 칸막이를 통해 보는 병원복으로 갈아입은 아빠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면도를 하지 않아 거뭇거뭇한 수염과 여전히 허공을 향하는 눈빛,

약 때문인지 휘청휘청한 걸음걸이까지.


아빠는 우리 가족을, 나를, 힘없고 어렸던 10대의 나를 그렇게 괴롭혀놓고

마음 놓고 미워하지도 못하게 저렇게 힘없는 모습으로 내 앞에 있는가.


더 미웠고 더 원망스러웠다.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은 이유로 나쁜 부모가 있지만,

왜 저렇게까지 나약하고 유약한 인간이 나의 부모인가.


아빠는 몇 개월의 입원 생활 끝에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주치의의 판단으로 퇴원할 수 있었다.

아빠는 퇴원해서도 정기적으로 외래 진료를 보고 약을 타먹었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학교를 다녔다.


내가 던진 가시가 잔뜩 박혀있던 그 말이 충격이었던 건지

아니면 치료가 유효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다.


그 뒤로 내가 당연히 누렸어야만 하는 별 탈 없는 일상이 이어졌다.

아니, 평범한 일상을 살려고 노력했다고 보는 게 더 맞겠다.


그러다가도 길을 걷다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내 노력과는 다르게 심장은 요동쳤다.


심장이 몸통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빠르게 뛰고,

나는 다시 그날 정신병원으로 향하는 앰뷸런스 안으로 순간 이동해 있었다.


사이렌 소리가 멀어지고 그 소리가 희미해질 때쯤

나는 다시 지금의 내가 있는 곳으로 온전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뒤로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했다.

아이도 낳아 정신없이 살다 보니, 아빠를 보는 일은 1년 중에서도 손에 꼽는다.


요즘은 운전을 하다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차분하게 주변을 살피고 앰뷸런스가 빨리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것 같던 그날의 기억이 흐려진 것은


20년 동안 다른 억 겹의 사건들이 겹쳐진 탓일까,

혹은

사이렌 소리가 멀어지는 것처럼 아빠가 나에게서 먼 사람이 된 탓일까.


[끝]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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