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된 커피이야기
2023년 우리나라 1인당 커피 소비량이 405잔으로 프랑스 551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급격히 늘어난 커피 소비와 더불어 커피와 관련한 모든 것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커피의 원산지가 어딘지,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채로운 맛과 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등 전문지식이 아니더라도 호기심을 충족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에티오피아 하면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아라비카 원두의 기원이 되는 유서 깊은 곳으로 알고 있다. 에티오피아에 발을 내딛으면 커피 향이 먼저 반긴다. 어느 장소에서든 커피를 즐길 수 있어서다. 커피의 역사는 다음과 같이 서기 6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에티오피아 남서부에 위치한 카파(Kaffa) 지역에서 칼디(Kaldi)라는 목동이 염소들을 몰고 다녔습니다. 칼디가 낮잠을 자고 깨어났을 때 염소들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칼디는 당황하여 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염소들을 찾았을 때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염소들은 매우 활동적이었고 심지어 뒷다리로 춤을 추는 듯하였습니다. 왜 그런지 궁금하여 살펴본 칼디는 염소들이 처음 보는 나무에 열린 붉은 체리를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칼디는 염소들이 이상한 체리를 먹고 아플까 봐 걱정하며 꽤 오랜 시간이 걸려 동물들을 모아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다음 날도 염소들은 곧바로 같은 덤불로 돌아가서 체리를 다시 먹기 시작했습니다. 칼디는 체리가 염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 같아 자신도 먹어봤습니다. 그는 기운이 넘치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고, 이를 주머니에 가득 채우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공유했습니다. 아내는 하늘이 보낸 선물이라고 말하며 수도원에 가져가자고 권유하였습니다. 칼디는 체리를 수도원장에게 주며 그와 그의 염소들에게 미친 효과를 말했습니다. 그의 이야기와 체리의 놀라운 효능을 듣고 수도원장은 체리를 불에 던져 넣으며 악마의 소행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몇 분 만에 수도원은 콩을 굽는 천상의 냄새로 가득 차기 시작했고 다른 수도사들이 모였습니다. 불에 튀겨진 콩을 재에서 긁어모아 냄비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마셔 보았습니다.. 그 후 커피 열매가 기분을 좋게 만들고 잠을 쫓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밤새 기도하는 수도사를 중심으로 커피 음료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사들은 체리를 말려서 먼 수도원으로 운반하기 시작했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야기에 따르면 커피는 같은 날 각성제와 음료로 발견되었고 종교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이와 더불어 에티오피아 수도사들이 커피를 음료로 만들어 마시기 전에 커피콩은 각성 효과를 위해 그대로 말려 씹어 먹었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기록에 따르면 예멘으로 여행하던 에티오피아와 수단 상인들이 혹독하고 어려운 여정을 견뎌내기 위해 목적지로 가는 길에 열매를 씹었다고도 전해진다.
에티오피아의 오로모족은 칼디 전설이 나오기 수 세기 전에 이미 커피를 먹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의 남부에는 구지(Guji)라는 지역이 있다. 이곳은 오로모인들에게는 무척 특별한 곳이다. 구지는 오로모족이 처음 정착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그들은 수세기에 걸쳐 북쪽으로 이동했으며, 적어도 500년 이상 살았다. 그러다 보니 이 지역의 커피에 얽힌 다음과 같이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진다.
“최고 존재인 와카(전통적인 오로모 문화권의 하늘의 신)는 한때 그의 충성스러운 하인 중 한 명을 범죄로 처벌해야 했습니다. 그 처벌은 사형이었습니다. 형이 선고된 후, 와카는 그 남자가 무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행히도 그를 구하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왜냐하면 형은 이미 집행되었고 그 남자는 죽었기 때문입니다. 슬픔에 가득 찬 와카는 그 남자의 무덤을 찾아가 울었습니다. 와카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땅을 적시자, 땅에서 새로운 식물이 솟아올랐습니다. 바로 커피였습니다. 그 식물은 물이 아니라 와카의 눈물로 물을 받았기 때문에, 커피는 전통 오로모 문화권에서 특별한 식물로 여겨졌습니다.”
오로모족 전통에서 녹색은 다산을 상징하는데, 이들은 커피는 항상 녹색이라고 말한다. 커피를 통해 최고의 신인 와카가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낸다고 믿는다. 커피는 오로모족 문화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 셈이다. 오로모족은 생존을 위해 분쇄된 커피에 버터를 섞어서 먹었다. 독특한 버터 풍미를 내기 위해 분쇄된 커피콩을 정제된 버터와 섞어 먹는 방식은 오늘날에도 카피 생산지인 카파와 시다마의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이렇듯. 커피를 활용한 전통 음식으로는 커피볼(Coffee ball), 분나 칼라(Buna qalaa), 코리(Qori)가 있고, 전통 음료로는 쿠티(Quti), 호자(Hojja), 차모(Chamo)가 있다.
커피볼은 야생 커피나무에서 채취한 익은 커피 열매를 돌과 모루를 이용하여 갈아서 버터와 섞어 작은 공 모양으로 만든다. 커피 공은 카페인, 설탕, 지방, 단백질이 풍부하여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힘든 일을 하거나 장거리 여행을 하는 전사, 농부, 상인은 배고픔과 피로를 극복하기 위해 커피 공을 먹곤 했다. 분나 칼라는 생두로 만들어진다. 녹두를 불에 냄비에 볶고, 불에 있는 동안 버터와 섞는다. 버터로 강화된 볶은 커피는 음식으로 제공된다. 현재 분나 칼라는 아이의 탄생, 결혼식, 추수감사절이나 문화적 의미가 큰 행사에 쓰인다. 코리는 볶은 커피콩과 보리로 만들어지고, 향신료 버터와 섞어 만든다. 코리는 간식으로 먹으며, 커피 의식 때 제공된다. 쿠티는 첨가물이 없는 커피 잎으로 만든 차이고, 호자는 커피잎차에 우유를 섞어 마시는 음료다. 차모는 신선한 새싹이나 어린잎으로 만드는데, 잎을 생강, 카다멈, 고추와 함께 끓여서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음료다. 차모는 민간요법으로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립 커피(Brewed coffee)는 생두를 건조하고 볶고 갈아서 만든 음료로, 암하라어는 Bunna, 티그리냐어는 Bun, 오로미야어는 Buna, 케피초어는 Bono, 구라기냐어는 Kaffa라고 불린다. 서기 900년경의 아랍 문서에는 에티오피아에서 "buna"라고 알려진 술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이는 음료로 만들어진 형태(Brewed)의 에티오피아 커피에 대한 가장 초기의 언급 중 하나다. 커피는 서부 에티오피아의 산악 지역에서 유래되어 예멘으로 전해졌지만, 재배에 대한 가장 오래된 증거는 12세기 예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에티오피아에는 칼디와 그의 염소에 대한 전설이 내려오지만, 예멘에는 다음과 같이 셰이크 오마르(Sheik Omar)라는 수피(Sufi) 신비주의 사제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마르는 부족에 의해 추방되어 은둔자가 되어 우사브 산 근처의 사막 동굴에서 살았습니다. 배고픔에 시달리던 그는 근처 나무에서 전에 본 적이 없는 붉은 열매를 보고 먹어보았습니다. 열매는 아주 작았고 씨앗은 딱딱하고 씁쓸했습니다. 그는 씨앗을 끓인 다음 불에 넣어 유혹적인 향을 느꼈습니다. 볶은 씨앗을 먹어도 여전히 쓴맛이 났기 때문에 냄비에 넣어 끓였습니다. 그 결과 볶은 원두로 만든 최초의 양조 커피가 탄생했습니다. 오마르는 커피의 효과를 느꼈습니다. 그는 부족으로 돌아가 동료 사제들과 커피를 나누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저녁 기도를 위해 깨어 있고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커피는 본래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1454년에 아덴의 무프티(Mufti)가 에티오피아를 방문하여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만든 음료를 마시는 것을 보고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도 있다. 그들은 커피에 큰 감명을 받았고, 그 음료는 그들의 고통을 낫게 했다고 한다. 무프티가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하자, 예멘의 데르비시(Dervish)들 사이에서 커피가 널리 퍼졌다. 그들은 커피를 종교의식에 사용했으며, 이후 메카(Mecca)에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