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아- 집 나간 근육을 찾습니다. 나이 30세, 지방 사이 어딘가에 살고 있던 근육을 찾습니다. 비리비리한 체격에 존재감 없는 것이 특징, 발견하시는 분은 즉시 연락 부탁드립니다. 내일 당장 죽을 것 같거든요!
어느 날 출근길 지하철 계단을 오르며 이대로라면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해 출근을 못하는 날도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아왔지만 매일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며 하체 근육만은 운동하지 않아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계단 한 층을 오르고선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본능적으로 허벅지를 마진 순간 손바닥 가득히 전해지는 물렁한 촉감에 좌절했다.
그렇다. 나는 이제 완벽한 물풍선 몸이 된 것이다. 원래도 없었지만 그나마 있던 근육이 사라지자 언젠가부터 집에 와서 1시간은 소파에 누워있어야만 그나마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30대가 되면 살기 위해 운동을 한다더니 딱 나에게 적용되는 말이 아닌가. 얼마 전엔 면역력이 떨어져 거의 3주 내내 입병이 났었는데 내 몸을 너무 방치해둔 것 같다. 이대로는 정말 입원할 것 같아서 우리 나이는 이제 영양제 선물할 나이라며 큰오빠가 선물해준 센트롬도 하루에 한 알씩 먹고 작년 명절에 회사에서 선물세트로 준 홍삼도 생각날 때마다 꺼내먹고 있다.
수시로 스트레칭을 하고 유튜브 운동 영상도 의무적으로 따라 하다 보니 다행히 아직 입원은 하지 않았다. 난 원래도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꾸준히 그래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눈 깜짝할 새에 그나마 있던 근육들도 잃고 나니 어느 것도 공짜로 얻어지는 건 없구나, 젊음도 건강도 어린 날엔 많은 것을 공짜로 누렸었구나 싶었다. 나는 이제 공짜 쿠폰을 다 써버린 서른. 움직이고, 약을 사 먹고 수시로 병원을 가야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