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전에 엄마에게 "오늘은 엄마에 대해서 글을 쓸 거야"라고
호기롭게 말했는데 뭘 써야 하지. 그냥 엄마의 다정한 말투가 귀여워서 글로 기록해야지
마음먹었을 뿐인데 일단 적어본다.
우리 엄마랑 아빠는 한 번도 나와 동생을 때리거나 다그치신 적이 없었다.
한 번은 초등학생 때 나와 동생이 잘못을 저질러 아빠가 처음으로 무릎 꿇고 손들기를 시켰었는데
아빠는 5분도 지나지 않아 꼼지락거리는 우리가 너무 귀엽다며 꼬옥 안아주고 말았다.
엄마는 형제 중 막내에 애교 빼면 시체인 본투비 사랑둥이라서 나에게 소리 한번 지른 적이 없다.
엄마는 내가 물건을 여기저기 두거나, 밤늦게까지 자지 않는 것이 맘에 안 들면서도
항상 "봄이야, 너무 늦게 자면 내일 피곤하지 않을까?",
"봄이야, 설거지 다 하고 노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권유와 회유의 말투를 쓰곤 한다.
그럼 나는 그런 엄마가 너무 귀여워서 못 이기는 척 엄마 말을 듣곤 한다.
한없이 물러 터지고, 다정하고, 귀여운 우리집 사람들.
내가 정말 나 자신보다도 많이 아낀다.
어린 시절 잠깐 서로 떨어져 있던 탓에 우리는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큰 사랑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평소엔 즐겨 먹지 않는 케이크라도 좋은 날엔 같이 케이크를 자르며 축하하고,
힘든 날엔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준다.
지루한 이야기도 끝까지 들어주고, 자주 같이 산책을 나간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꼭 한 번씩 부모님께 전화드리고,
자기 전마다 곰돌이 인형을 안는 것처럼 꼬옥 안고 잠자리에 들곤 한다.
이 모든 것들은 매일매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아무 사건 없이 평범한 날에도 내가 맨날 불쑥 불쑥 카메라를 들이밀어,
우리 가족은 즐기면서도 한편으로 굉장히 귀찮아하는데
그때그때 찍어놓은 짧은 영상들을 내가 얼마나 자주 꺼내어 보는지 가족들은 알려나.
초등학생 때부터 장래희망 란에는 늘 현모양처라고 적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좋은 엄마의 표본이 현모양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나중에 내가 엄마가 된다면 우리 엄마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다정하고, 친구같고, 시간이 아주 많은 엄마가 되어야지.
지금은 머릿속에 일 생각뿐이라 결혼은 먼 일처럼 느껴지지지만,
역시나 지금도 내 최종 목표는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다.
똑똑하지 않아도 현명하고 지혜로운 엄마이자 아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