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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김의 이머징 마켓 인사이트 | 글로벌 플립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순간 - Global Flip

데이빗 김의 이머징 마켓 인사이트 | 이미징마켓 편 #0004


과거 30년간 투자자로서 아시아의 수많은 창업자들을 만나왔지만, 요즘만큼 한국 창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진 적은 없었다. 그들의 눈빛에서 읽히는 건 더 이상 단순한 성장에 대한 열망이 아니다. 생존에 대한 절박함과 글로벌 무대에 대한 갈망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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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마주한 선택의 순간

김모 대표(AI 스타트업 CEO)는 최근 나에게 연락해서 이런 말을 했다.

"데이비드 대표님, 솔직히 말해서 더 이상 한국에 있을 이유를 찾기 어려워요. 시리즈 A를 준비하는데 해외 VC들은 모두 싱가포르나 델라웨어 법인을 요구하네요. 한국 법인으로는 투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고요."

그의 고민은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더브이씨(TheVC)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해외에 본사를 둔 한국 스타트업 수가 2014년 32개에서 2024년 186개로 무려 6배 증가했다. 나머지 절반 이상이 바로 '코퍼레이트 플립'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멈춰 서 있는 것이다.


세금이라는 현실의 벽

한국에서 창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첫 번째 현실은 바로 세금이다. 자본이득에 대한 25%의 세율, 100억 원 이상의 기업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들. 더 큰 문제는 해외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외환 거래 규제들이다.

"투자 받은 돈을 다시 한국으로 가져오는 것도, 해외로 송금하는 것도 모든 게 복잡해요. 매번 신고하고 승인받고... 스타트업이 속도가 생명인데 이런 식으로는 경쟁이 안 되죠."

한 바이오테크 창업자의 토로다. 그는 결국 작년에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했다.


글로벌 VC들이 요구하는 것들

30년간 투자업계에 몸담으면서 목격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글로벌 VC들의 투자 기준이다. 예전에는 좋은 기술과 팀만 있으면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한국 법인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한 유명 VC 파트너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엑시트(Exit) 전략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NASDAQ 상장이나 글로벌 M&A를 고려할 때 한국 법인 구조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

투자 환경의 현실: 2025년 상반기 전체 투자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7.5% 감소한 2조 2043억 원에 머물렀으며, 투자 건수 역시 31.6% 줄어든 481건에 그쳤다.

정부의 대응: 중소벤처기업부는 1조 원 규모의 조기 모태펀드 출자, '초격차 스타트업 1000+' 육성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플립의 가속화: 센드버드, 미미박스, 뤼이드, 비프로컴퍼니 등 유명 스타트업들이 모두 같은 선택을 했다. 바로 '플립(Flip)'이라는 결정을


정부의 딜레마, 창업자의 딜레마

정부 입장에서도 이 문제는 복잡하다. 유니콘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놔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NEXT UNICORN Project'로 딥테크 유니콘 기업 50개를 육성하려는 정책들이 바로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하지만 창업자들이 원하는 것은 더 근본적인 변화다. 외환 거래 자유화, 스톡옵션 세제 개편, 해외 인재 비자 간소화 등 제도적 인프라의 전면적인 개선이다.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한 제언

성장 차트만큼 흥미롭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기업 지배구조는 지속가능한 혁신의 기초다.

한국 창업자들이 코퍼레이트 플립을 고려할 때는 다음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타이밍의 중요성: 2021년 쿠팡의 성공적인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이후 플립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

정부 지원 활용: 모태펀드의 글로벌 펀드 출자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총 654개의 한국 벤처 및 스타트업이 1조3000억 원 규모의 투자에 성공했다.

리스크 관리 체계: 호황기에도 위험 관리를 소홀히 하지 마라. 썰물이 빠졌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e27 데이비드 김의 칼럼 "Blind spot" 원문기사는 : The great corporate flip: Why Korean startups are caught between dreams and tax bills | e27


작가 노트


Behind the Story: 한국 스타트업의 코퍼레이트 플립 현상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이 흐름을 막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진정한 승자는 가장 빨리 플립하는 기업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는 기업입니다. 타이밍과 전략,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거버넌스야말로 성공의 핵심입니다.


Next Episode Preview: 다음편에서는 실제 플립을 성공한 한국 스타트업들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성공 요인과 실패 포인트를 상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Your Voice: 코퍼레이트 플립을 고민 중이거나 경험한 창업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또한 해외 투자자나 법무 전문가와의 인터뷰 기회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여러분의 현장 경험이 다음 편을 더욱 실무적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David Kim is an investment bank turned tech journalist, focusing on digital transformation and tech ecosystems across Asia. Based in Vietnam, he advises founders and government leaders on innovati (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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