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스페인에서 병원 가기

기다림의 연속

by Luna

난 어렸을 때부터

몸이 유난히 허약했다.


병원을 학교 다니듯 드나들었고,

다행히 아픈 건 다 나았지만

어디서 살던 병원은 내 삶에 꼭 필요한 됐다.


스페인에 와서 첫 1년은 아프지 않았다.

약국에서 산 약도 잘 들었고 병원에 갈 일도 없었다.


그런데 웬걸,

스페인에서 서류 문제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기 시작했다.

그 스트레스 덕분에 내 면역력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한 번 떨어진 면역력은 잘 회복되지 않았다.


처음 스페인 병원에 갔을 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한국이랑 비슷하겠지?’, ‘진찰비는 얼마 나올까?’

‘호주에선 의사 한 번 보는데 100달러였는데…’


진찰받고 나오는데 금액을 청구하지 않는다.


“진찰비 안 내?” 친구에게 물었더니
“스페인은 병원비 공짜야. 약값만 내면 돼.”

약값도 처방전이 있으면 2유로 정도였다.

와 스페인은 진찰비를 안 받는다니 정말 신기했다.


스페인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수술비도 공짜다.

암 수술은 물론이고 간단한 시술까지도.


처음엔 공짜라고 해서 너무 좋았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시스템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이렇다.

공짜다 보니 조금만 아파도 모두 병원에 간다.

그만큼 환자가 많고

예약 없이 가면 대기 시간이 길거나

아예 진료를 못 받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는 안내데스크에서

어디가 아픈지 간단히 설명하고 대기하면 되지만,

여기서는 엄청 아프다고 과장해서 얘기해야지 의사를 만나게 해 준다.


감기몸살이 걸렸다면 한국에서는 약과 주사를 놔주지만,

스페인에선 그냥 타이레놀 같은 약을 준다.

그리고 버틴다, 나을 때까지.


또 한국에서는

눈이 아프면 안과, 뼈가 아프면 정형외과, 피부는 피부과로 바로 갈 수 있지만,

스페인 국립 병원에선

무조건 1차 기본의사를 먼저 만나야 하고 그다음에야 전문의로 보내준다.

문제는, 그 전문의를 언제 볼지는 아무도 모른다.

빠르면 한 달 느리면 두 달 이상이 걸린다.


병원이 공짜인 만큼 세금도 많이 낸다.

신기하게 한국에서도 국민건강보험을 내지만 병원은 공짜가 아니다.


둘 다 장단점은 있다.
하지만 외국 병원, 스페인 병원과 비교하면
한국 병원 시스템은 정말 최고라고 느낀다.

빠르고, 체계적이고,
필요한 치료를 바로 받을 수 있다.

물론 공짜가 아니지만, 공짜라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스페인에서 살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나는

한국에 돌아가서 여러 병원을 갔고 약을 먹고 쉬면서 면역력이 돌아왔다.


스페인에 다시 돌아와서 잘 지내고 있지만,

한국에 가면 옷가게를 돌듯 여러 병원을 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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