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선 선배였는데 회사에선 막내였다

와글와글 게임회사 이야기 1화

by KI Ki


본 작품은 실제 경험의 질감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허구이며, 등장하는 회사명·인물명·사건·게임명 등은 모두 실제와 무관한 가상의 설정입니다.《등장인물 가이드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이상한 냄새가 났다.

에어컨 바람에 식은 컵라면 냄새가 섞여 있었고, 어디선가 막 피운 담배 냄새 비슷한 것도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모니터는 사람 수보다 많아 보였고, 책상마다 프린트물이 쌓여 있었다. 다들 앉아 있었는데 아무도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손은 키보드 위에 있었고, 눈은 모니터에 있었고, 얼굴은 이미 하루를 한 번쯤 망친 사람들 같았다.


나는 그날 처음 출근했다.


정확히 말하면, 인사팀에 먼저 들렀다가 사무실로 내려왔다. 인사팀에서는 회사가 아주 괜찮아 보였다. 밝게 웃는 분이 사원증을 건네주셨고, 복지 제도를 설명해 주셨고, “젊고 수평적인 문화”라는 말도 해주셨다. 나는 그 말을 꽤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대학교 4학년을 막 끝낸 사람에게 회사는 아직 개념보다는 상상에 가까웠으니까.


그 상상은 사무실 문 앞에서 대충 끝났다.


누군가가 나를 힐끗 보더니 다시 모니터로 돌아갔다. 누군가는 아예 못 본 척을 했다. 아주 잠깐, 내가 문을 잘못 열었나 싶었다. 여기는 환영받는 곳이라기보다, 이미 한참 돌아가고 있는 기계 안으로 사람이 하나 추가되는 공간 같았다.


“강도윤 씨?”


고개를 돌리자 짧은 머리에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남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기획팀장 윤성호였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 사람은 늘 피곤해 보였고, 피곤해 보이는데도 남보다 빨랐다.


“네.”


“일단 앉아요.”


입사 첫날 들은 말이 그것이었다. 축하합니다도 아니고, 잘해봅시다도 아니었다. 일단 앉으라는 말.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이 꽤 정확했다. 회사는 원래 앉는 곳이었다. 앉아서 버티고, 앉아서 욕을 먹고, 앉아서 다시 하는 곳.


나는 빈자리에 가방을 내려놨다. 책상 위에는 키보드, 모니터, 메모지, 그리고 누가 먹다 만 커피 자국이 남아 있었다. 신입 사원의 자리인데도 새것 같은 느낌은 없었다. 회사는 원래 그런 곳인가 보다 싶었다.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도 늘 약간의 사용감을 남겨두는 곳.


윤성호 팀장이 옆에 와서 컴퓨터를 켰다.


“오늘은 일단 문서 몇 개 읽고, 오후에 회의 하나 들어갈 거예요.”


“아, 네.”


“그리고 여기선 모르는 거 있으면 바로 물어보면 되는데.”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역시 괜찮은 회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질문하는 방식은 좀 봐가면서.”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옆자리에서 누군가 코웃음을 쳤다. 돌아보니 여자가 한 명 앉아 있었다. 검은 후드집업에 머리를 질끈 묶고 있었는데, 내 쪽을 한 번 보고는 다시 모니터를 봤다. 나중에 알게 된 최지수 선배였다. 그때는 그냥 인상이 좀 차갑다고만 생각했다.


“왜요?”


내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왜 질문하는 방식까지 봐야 하지 싶었다. 궁금하면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닌가. 학교에서는 그랬다.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그러면 되는 줄 알았다.


윤성호 팀장이 나를 잠깐 봤다.


“그걸 지금 바로 왜요라고 묻는 게, 여기서는 썩 좋은 출발은 아니거든.”


그 말을 듣고도 나는 잠깐 뜻을 못 알아들었다. 말이 틀렸다는 건가. 아니면 표정이 문제였나. 그때 나는 아직 회사에서 말의 내용 말고도 수십 가지가 같이 평가된다는 걸 몰랐다. 어조, 타이밍, 눈빛, 자세, 순서,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지금 어디 있는 사람인지.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한 척하는 건 학생 때부터 하던 일이었다.


오전 내내 문서를 읽었다. 게임 내 재화 흐름, 제작 시스템, 퀘스트 구조, 운영 이슈 정리, 주간 보고. 모르는 단어가 많았다. 그런데 더 어려운 건 단어가 아니라 문장이었다. 다 한국말인데 무슨 말인지 애매했다. “유저 피로도 관리 차원의 구조적 보완이 필요함” 같은 표현은 뜻보다 태도가 먼저 느껴졌다. 뭔가가 필요하다는 말인데, 누가 할지는 안 적혀 있었다. 회사 문장은 이상했다. 분명 뭔가 말하고 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만 정확했다.


점심시간이 됐다.


“갑시다.”


누군가 말했고, 다들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는 반사적으로 따라 일어났다. 무리 속에서 신입이 제일 먼저 배우는 건 의견이 아니라 속도였다. 너무 늦게 일어나도 어색하고, 너무 먼저 나가도 어색했다. 회사에는 적당한 박자가 있었고, 나는 아직 그걸 몰랐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사람들이 이야기했다. 어젯밤 장애 얘기, 어떤 유저가 게시판에 쓴 욕, 다음 업데이트 일정, 그리고 주식 얘기. 생각보다 게임 얘기만 하진 않았다. 회사 사람들은 늘 회사 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들 회사 밖에서도 뭔가를 붙잡고 있었다. 그게 연애인지, 주식인지, 술인지, 이직 준비인지는 나중에 하나씩 알게 됐다.


밥을 먹으며 나는 괜히 분위기를 맞춰보려 했다. 웃어야 할 때 웃고, 맞장구도 쳤다. 문제는 내가 아직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를 몰랐다는 것이다.


운영팀 대리 한정우가 무슨 농담을 했고, 사람들이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러다 누가 내 전공을 물었다.


“산업공학입니다.”


“오, 좋은 데 나왔네.”


“게임동아리도 했고요. 아르바이트도 게임 쪽으로 좀 했어요.”


나는 약간 신나 있었다. 드디어 내가 가진 걸 말할 차례라고 생각했다. 학생 때는 늘 준비한 사람이 이겼으니까.


“그래서 뭐, 금방 적응하겠네.”


누군가 툭 던지듯 말했다.


나는 또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네, 저는 좀 빨리 배우는 편이에요.”


밥상 위 공기가 아주 잠깐 멈췄다.


정말 잠깐이었다. 아무도 숟가락을 떨어뜨리지는 않았고, 누구도 대놓고 얼굴을 찌푸리진 않았다. 그런데 그런 순간이 있다. 방 안의 사람들이 같은 마음은 아닌데, 같은 표정이 되는 순간. 아, 얘가 지금 좀 세게 들어왔구나. 그런 표정.


한정우 대리가 웃었다.


“좋네. 패기 있어.”


그 말은 칭찬처럼 들렸지만 칭찬은 아니었다. 나는 그것도 몰랐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윤성호 팀장이 나를 따로 불렀다.


“강도윤 씨.”


“네.”


“자신감 있는 건 좋은데.”


나는 그 뒤에 좋은 말이 올 줄 알았다. 자신감 있는 건 좋은데, 열심히 해봐요. 그런 쪽.


“입사 첫날부터 자기가 빨리 배우는 편이라고 말하는 건, 여기선 별로 안 좋아 보여요.”


“아…”


“그런 건 남이 나중에 평가하는 거지, 본인이 먼저 말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얼굴이 좀 뜨거워졌다. 억울하진 않았다. 창피했다. 내가 틀린 말을 한 것 같지도 않았는데, 틀린 사람이 된 느낌. 회사에서는 사실보다 분위기가 먼저 움직였다.


윤성호 팀장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말끝도 좀 봐요.”


“네?”


“아까 ‘왜요?’ 같은 거.”


그제야 아침 장면이 떠올랐다.


“회사에서는 그렇게 바로 받지 않아요. 학생 때 습관 있으면 초반에 많이들 그래요. 근데 여긴 학교 아니잖아.”


그 말이 그날 제일 아팠다. 욕도 아니었고, 큰소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문장은 딱 내가 어디서 왔고, 지금 어디로 들어왔는지를 정확하게 찔렀다.


학교에서는 마지막 학년이었다. 선배였고, 후배도 있었고, 동아리에서는 제법 오래 있었고, 아르바이트할 때도 최소한 신입은 아니었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다시 제일 아래가 됐다. 더 아래도 없고, 더 먼저 챙겨줄 사람도 없는 자리. 누가 보면 그냥 의자 하나 추가된 것 같은 자리.


오후에는 회의가 있었다.


회의 내용은 절반도 못 알아들었다. 제작 시스템 어쩌고, 경제 밸런스 어쩌고, 다음 업데이트 일정이 어쩌고. 그런데 내용보다 더 선명하게 들어온 게 있었다. 사람들이 말을 자르는 방식, 말을 받는 방식, 누가 말하면 다들 듣고 누가 말하면 아무도 크게 신경 안 쓰는 방식. 회사는 생각보다 말의 나라였다. 다만 그 말은 사전에서 배우는 한국어가 아니라, 서열과 책임이 같이 붙어 있는 한국어였다.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데 개발팀장 박문태가 지나가며 말했다.


“신입 들어왔대?”


윤성호 팀장이 짧게 대답했다.


“응.”


박문태는 나를 위아래로 한번 보고는 말했다.


“표정이 아직 학교네.”


그 말에 주변에서 몇 사람이 웃었다. 나도 따라 웃어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결국 어색하게 입꼬리만 올렸다.


그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첫 출근은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다. 더 멋진 것도 아니고, 더 끔찍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훨씬 더 정확했다. 사람 하나가 어디에 놓였는지, 그 사람이 얼마나 작은지, 그 작은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조금씩 사회화되는지, 그런 게 너무 빨리 보이는 곳이었다.


나는 그날 회사에서 처음으로 배운 게 게임이 아니라 말투였다는 사실이 좀 웃겼다.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게임동아리도 했고, 관련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첫날 가장 크게 배운 건 “왜요?”를 어떻게 바꿔 말해야 하는가였다.


회사는 생각보다 거창한 곳이 아니었다.


사람을 천천히 가르치는 곳도 아니었다.


대신 아주 짧은 한마디로, 네가 이제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곳이었다.


본문은 AI-Augmented Writing 방식을 활용하여 집필되었습니다. AI는 초안 생성, 구조 재배열, 밀도 조정, 중복 검토 등의 보조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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