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한마디 했다가 찍혔다

와글와글 게임회사 이야기 2화

by KI Ki


본 작품은 실제 경험의 질감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허구이며, 등장하는 회사명·인물명·사건·게임명 등은 모두 실제와 무관한 가상의 설정입니다.《등장인물 가이드


회사에서는 “왜요?”가 생각보다 위험한 말이었다.

나는 그걸 입사 며칠 만에 배웠다.


아직 프로젝트실 사람들 이름도 다 못 외웠고, 누가 개발팀이고 누가 운영팀인지도 표정으로 겨우 구분하던 때였다. 그런데 묘하게 마음은 급했다. 빨리 적응하고 싶었고, 빨리 이해하고 싶었고, 가능하면 빨리 쓸 만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조급함이 제일 신입 같았다.


그날 오전, 윤성호 팀장이 나를 작은 회의에 데리고 들어갔다.


회의실이라고 해도 거창한 곳은 아니었다. 유리문 하나 달린 방에 긴 테이블이 있고, 벽 쪽 화이트보드에는 지난주 일정이 다 안 지워진 채 남아 있었다. 누군가 급하게 써놓은 숫자와 화살표가 번져 있었고, 테이블 끝에는 다 식은 커피가 한 잔 놓여 있었다. 회사 회의실은 늘 방금 전까지 누군가 예민해져 있다 나온 곳처럼 보였다.


주제는 제작 시스템 수정 건이었다. 초반 유저 이탈이 생각보다 빠르니 재화를 조금 더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반대로 너무 풀면 제작 가치가 무너진다는 말도 있었다. 나는 열심히 메모했다. 열심히 한다는 건 이 시기의 내 거의 유일한 장점이었다.


문제는 이해가 잘 안 가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는 점이다.


누가 봐도 손을 봐야 할 것 같은 시스템이 있었는데, 다들 그걸 조금씩 피해 가며 말했다. 직접 건드리면 될 것 같은데 우회해서 표현했고, 필요하다고는 하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했고, 언젠가는 해야 한다면서도 이번엔 넘어가자는 식이었다.


학생 때의 나는 이런 상황에서 질문을 했다.


모르면 물으면 됐다. 왜 안 하는지 궁금하면 왜 안 하는지 물어보면 됐다. 세미나든 팀플이든 동아리 회의든, 누가 말을 돌리면 꼭 한 명쯤은 “왜요?”라고 물었다. 대체로 그 뒤에는 설명이 따라왔다.


그래서 나도 물었다.


“근데 이건 왜 안 고치는 거예요?”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정말 짧게, 한 1초 정도. 아무도 나를 노려보지도 않았고, 박문태 팀장이 책상을 치지도 않았다. 그런데 공기가 바뀌었다. 방 안의 온도가 떨어진다기보다, 내 자리만 살짝 앞으로 밀려 나온 느낌이었다.


윤성호 팀장이 내 쪽을 봤다. 박문태 팀장은 손가락으로 굴리던 펜을 멈췄다. 한정우 대리는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재밌다는 뜻도, 편하다는 뜻도 아닌 표정. 아, 신입이 지금 저걸 저렇게 묻네. 딱 그 정도였다.


박문태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안 고치는 게 아니라 지금 못 고치는 거지.”


목소리는 낮았는데 그게 더 무서웠다.


나는 바로 물었다.


“아, 네. 근데 왜 못 고치는 건지 궁금해서요.”


지금 돌아보면 그게 두 번째 잘못이었다.


질문 하나로 공기가 바뀌었는데, 나는 그 이유를 모르고 한 번 더 밀어붙였다. 나는 설명을 듣고 싶었던 거지만, 듣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네가 지금 이 자리에서 그걸 캐물을 위치냐’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박문태 팀장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지금 리소스가 어디 붙어 있는지 모르죠?”


“아직 자세히는…”


“자세히도 모르면서 왜부터 묻지 말고 일단 들으세요.”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민망했다.


나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메모를 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손에 힘이 들어가서 글씨가 잘 안 써졌다. 순간적으로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르면 물어보라더니.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무례하려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데 회사는 가끔,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보다 그 말을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로 먼저 판단했다.


회의는 계속됐다.


제작 재료 수급 곡선, 사냥 구간 체류 시간, 다음 빌드 일정, QA 반영 순서 같은 단어들이 오갔다. 나는 내용보다 사람들 말을 더 많이 봤다. 박문태 팀장은 어떤 지점에서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그냥 “그건 지금 아니죠” 한마디면 끝났다. 윤성호 팀장은 그 말을 정리해서 조금 더 부드럽게 바꿔 말했다. 한정우 대리는 회의가 너무 딱딱해질 것 같으면 옆에서 농담처럼 한마디를 얹었다.


그제야 조금 보였다.


회의는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최소한 회사의 회의는 그것만은 아니었다. 누가 지금 말할 수 있는지, 누가 아직 들을 차례인지, 누가 같은 말을 해도 무게가 다르게 실리는지가 더 중요했다.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났다.


나도 노트와 펜을 챙겼다. 그때 윤성호 팀장이 말했다.


“강도윤 씨, 잠깐.”


그 말은 대체로 좋은 뜻이 아니었다. 입사 며칠 만에 나는 그걸 배웠다.


회의실에 둘만 남자 윤성호 팀장은 한숨부터 쉬었다.


“질문하는 건 나쁜 거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조금 들었다. 그래도 내가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구나 싶었다.


“근데 방식이 있지.”


역시 거기까지였다.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윤성호 팀장은 화를 내는 사람은 아니었다. 적어도 박문태처럼 눈앞에서 사람을 몰아붙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사람이 더 무서웠다. 화를 내지 않는데도 지금 네가 뭘 잘못했는지를 너무 정확히 짚는 사람.


“‘왜 안 고쳐요?’ 이렇게 바로 물으면, 상대는 설명보다 방어부터 하게 돼요.”


“저는 그냥 이유가 궁금해서…”


“알아요. 근데 그건 강도윤 씨 입장이고.”


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회사에서는 질문도 순서대로 해야 해요.”


나는 그 말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질문에도 순서가 있나.


질문은 그냥 궁금해서 하는 거 아닌가.


내 표정에 그 생각이 그대로 드러났는지, 윤성호 팀장이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얼굴 보니까 아직 잘 납득은 안 가죠?”


나는 애매하게 웃었다.


“회사에서는 ‘왜요?’가 생각보다 공격적으로 들릴 때가 있어요.”


그 말은 오래 남았다.


왜요.


정말 별말 아닌데. 학교에서도, 동아리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수도 없이 하던 말인데. 회사에 들어오고 나니 그 한마디가 갑자기 무례와 도전과 무지의 패키지처럼 취급됐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해요?”


이번에는 정말 조심해서 물었다.


윤성호 팀장이 말했다.


“‘지금 이걸 바로 수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너무 길었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같은 뜻 아닌가. 아니, 오히려 더 빙빙 도는 것 같았다. 하지만 회사는 바로 그 빙빙 도는 표현 속에서 사람을 판단했다. 직설은 자신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금방 무례가 됐고, 완곡함은 답답했지만 적어도 싸움은 덜 만들었다.


“중요한 건,” 윤성호 팀장이 말했다. “내가 뭘 묻느냐보다, 상대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예요.”


그건 학교에서는 별로 배우지 않던 방식이었다.


학교에서는 대체로 질문이 빠른 사람이 유리했다. 누가 먼저 손들고, 누가 먼저 문제를 짚고, 누가 더 정확하게 지적하는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회사는 달랐다. 여기서는 질문이 빠른 사람보다 질문을 안전하게 포장하는 사람이 더 오래 버텼다.


윤성호 팀장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박문태 팀장 앞에서는 더 조심해요.”


“그분이 원래 좀…”


말을 하다 멈췄다. 무섭다고 하려던 게 표정에 걸렸다.


윤성호 팀장이 처음으로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무서운 건 맞는데, 틀린 말만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게 이 회사에서 자주 듣게 되는 문장이었다. 무섭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기분 나쁘지만 이해는 된다. 이상하지만 원래 그렇다. 회사의 많은 설명은 늘 그런 식이었다. 완전히 옳지도, 완전히 틀리지도 않게.


자리로 돌아오니 최지수 선배가 모니터를 보다가 나를 힐끗 봤다.


“혼났어요?”


그 질문이 너무 정확해서 순간 웃음이 났다.


“티 나요?”


“좀.”


“많이 잘못한 건가요?”


최지수 선배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많이까진 아닌데, 좀 빨랐죠.”


“뭐가요?”


“질문이.”


나는 어이가 없었다.


질문도 빠르면 안 되고, 늦으면 또 눈치 없다고 하고. 회사는 생각보다 말이 많은 곳이었지만, 정작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되는 곳이었다.


최지수 선배는 다시 모니터를 보며 덧붙였다.


“회사에서는 다들 이유를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에요.”


그 말은 묘하게 아팠다.


모르면 고치면 되지,라는 학생식 생각은 그 문장 하나로 꽤 많이 정리됐다. 다들 이유를 안다. 고쳐야 하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바로 못 고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인력이 없거나, 일정이 안 맞거나, 우선순위가 밀리거나, 누가 책임질지 애매하거나. 회사는 바보라서 이상한 게 아니라, 알면서도 이상한 선택을 반복하는 곳일 때가 더 많았다.


그날 저녁, 집에 가는 길에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왜요”가 뭐가 그렇게 큰 문제라고.


그런데 동시에 알 것도 같았다.


그 말은 너무 짧았다. 너무 빨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아직 그 말을 던질 만큼 이 회사 안에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사람은 하고 싶은 말보다, 해도 되는 말을 먼저 배웠다.


그 순서가 좀 웃겼다.


생각보다 더 답답했고, 생각보다 더 현실적이었다.


나는 그날부터 질문을 길게 하기 시작했다.


조금 웃기게도, 내 사회생활은 딱 그만큼 돌아가기 시작했다.


본문은 AI-Augmented Writing 방식을 활용하여 집필되었습니다. AI는 초안 생성, 구조 재배열, 밀도 조정, 중복 검토 등의 보조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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