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게임회사 이야기 3화
본 작품은 실제 경험의 질감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허구이며, 등장하는 회사명·인물명·사건·게임명 등은 모두 실제와 무관한 가상의 설정입니다.《등장인물 가이드》
그해 여름에는 이상하게도 온 나라가 밤에 깨어 있었다.
낮에는 다들 출근을 했고, 퇴근 후에는 치킨집이든 호프집이든 TV가 있는 곳으로 몰려갔다. 거리에는 빨간 티셔츠가 넘쳤고, 편의점 맥주 냉장고는 늘 반쯤 비어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다들 같은 경기, 같은 함성, 같은 기대를 나눴다. 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회사는 늘, 남들보다 조금 더 피곤한 방식으로 들떠 있었다.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가 있던 날, 와글소프트도 단체 관람을 했다.
정확히는 단체 관람이라기보다 반쯤 의무처럼 모이는 자리였다. 프로젝트실 사람들 몇 팀이 근처 호프집 하나를 통째로 잡았고, 테이블은 미리 길게 붙여 놓여 있었다. 치킨 냄새와 튀김 냄새, 눅눅한 맥주 거품 냄새가 뒤섞여 있었고, 벽걸이 TV에서는 경기 시작 전 해설이 이미 한창이었다. 밖에서는 다들 같은 붉은 티셔츠를 입었는데, 이상하게 회사 사람들은 옷까지 맞춰 입고도 별로 같은 팀 같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날도 제일 어정쩡한 위치에 앉아 있었다.
신입은 늘 그렇다. 너무 앞에 앉기도 애매하고, 너무 뒤에 빠지기도 애매하다. 윗사람이 어디 앉는지 보고 남는 자리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어야 했다. 학교 MT에서는 그런 걸 대충 해도 됐다. 먼저 가서 가운데 자리에 앉아도 누가 뭐라고 하진 않았다. 그런데 회사 술자리는 달랐다. 여기는 자리에도 서열이 있었다. 누가 TV 정면을 보는지, 누가 출입문 쪽에 걸치는지, 누가 팀장 옆에 붙는지, 누가 끝자리에서 잔을 채우는지까지 다 이상하게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 자연스러움이 제일 낯설었다.
윤성호 팀장은 이미 와 있었다.
가게 안이 시끄러운데도 그 사람 주변은 묘하게 덜 시끄러워 보였다. 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데도 자리가 정리되는 쪽의 사람이었다. 팀장 옆에는 운영팀 대리 한정우가 먼저 붙어 있었고, 그 옆자리에 누군가 앉으려다 괜히 한 번 눈치를 보는 장면도 보였다. 그걸 보며 나는 잠깐 생각했다. 축구는 시작도 안 했는데, 다들 이미 다른 경기를 보고 있구나.
“도윤 씨, 여기 앉아요.”
한정우 대리가 손짓했다.
나는 그 말이 반가우면서도 조금 불안했다. 저 자리가 편한 자리인지 아닌지 아직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신입이 선택권이 많은 건 아니었다. 나는 얼른 가서 앉았다. 앉자마자 앞에 빈 잔이 보였고, 옆 테이블의 맥주병 위치가 보였고, 누가 먼저 따라야 하는지도 보였다. 축구보다 손이 먼저 바빠지는 자리였다.
“이런 데 처음이지?”
한정우 대리가 웃으며 물었다.
“네. 회사에서 다 같이 보는 건 처음입니다.”
“재밌어요. 재밌긴 한데.”
그는 말끝을 살짝 흐렸다.
“너무 재밌어 보이면 안 될 때도 있고.”
나는 그 말뜻을 바로 못 알아들었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알 것 같았다.
팀장 잔이 비면 누군가 먼저 채웠고, 프로젝트실 사람 하나가 들어오면 몇몇은 자동으로 일어나 인사했다. 누군가는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얼굴이 붉어졌고, 누군가는 맥주잔을 들고도 계속 휴대폰으로 내일 일정 메일을 확인했다. 다 같이 응원하러 왔는데, 정말 축구만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최지수 선배는 내 맞은편쯤에 앉아 있었다.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 평소보다 조금 편한 차림이었는데도 이상하게 회사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옷차림보다 표정이 그랬다. 다들 경기 시작 전부터 들떠 있는데, 최지수 선배는 치킨을 하나 집어 먹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뒤 TV보다 사람들을 더 많이 봤다. 나는 그 표정을 보고 괜히 웃음이 났다. 저 선배는 놀러 와서도 완전히 놀지는 못하는구나. 아니면 회사 사람이란 원래 그렇게 되는 건가.
경기가 시작되자 가게 안이 한 번 크게 들썩였다.
누가 슛이라도 할 것처럼 몸을 먼저 당겼고, 해설이 목소리를 높이면 다들 같이 숨을 들이켰다. 나도 따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만큼은 진짜로 같은 팀 같았다. 적어도 TV 안의 선수들이 뛰는 동안에는. 그런데 하프타임이 되자 다시 회사가 돌아왔다.
“다음 업데이트는 언제 올릴 거예요?”
누군가가 건너편 테이블에 묻는 소리가 들렸다.
축구를 보다가도 결국 업데이트 얘기가 나왔다. 어떤 팀은 어제 장애가 어땠느니, 어떤 유저가 게시판에 뭐라고 썼느니, 퍼블리싱 쪽에서 또 일정을 당기려 한다느니 하는 말을 자연스럽게 섞어 썼다. 응원과 업무 얘기가 같은 테이블에 같이 올라와 있었다. 나는 그게 좀 웃겼다. 다들 월드컵을 보러 왔는데, 회사는 끝까지 회사 얘기가 따라왔다.
한정우 대리는 분위기를 정말 잘 읽었다.
누가 과하게 떠들면 웃기게 눌러 주고, 누가 너무 조용하면 일부러 말을 걸어 끌어냈다. 윤성호 팀장이 잔을 비우는 타이밍도 잘 맞췄고, 다른 팀 사람들이 와서 어정쩡하게 서 있으면 앉을 자리도 금방 만들어 줬다. 나는 그걸 보며 처음으로 묘한 감탄을 했다. 저 사람은 일을 잘하는 건지, 자리를 잘 굴리는 건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런 데서 묘하게 센 사람이구나.
반대로 나는 자꾸 박자를 놓쳤다.
한 번은 팀장 잔보다 내 앞접시를 먼저 챙겼다가 괜히 민망해졌고, 한 번은 다들 웃는 타이밍에 왜 웃는지 조금 늦게 알아채서 혼자 한 박자 뒤에 웃었다. 회사는 이런 자리에서도 신입에게 배울 걸 줬다. 술자리도 교육이었다. 다만 아무도 교육이라고 말해주지 않을 뿐이었다.
후반전쯤 갔을 때였다.
건너편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아, 저걸 왜 저렇게 처리해!”
순간 다들 TV를 봤다. 그런데 그 말이 축구 얘기인지, 회사 얘기인지 잠깐 헷갈렸다. 실제로 그런 순간이 몇 번 있었다. 화면 속 패스 미스에도 같은 말이 나왔고, 프로젝트실 기획 얘기에도 같은 말이 나왔다. 회사 사람들은 축구를 보면서도 결국 자기 언어로 해석했다. 공격 전개, 타이밍, 밸런스, 흐름, 마무리. 듣고 있으면 경기 분석인지 업데이트 회고인지 구분이 잘 안 갔다.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윤성호 팀장을 봤다.
그는 경기 장면에서는 분명 웃고 있었는데, 휴대폰이 한번 울릴 때마다 바로 표정이 돌아왔다.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확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신경 쓰고 있었다. 그게 더 회사 사람 같았다. 잠깐 자리를 떠도 완전히 떠나지는 못하는 사람. 쉬러 와서도 자기 팀 쪽에서 무슨 일 생기면 제일 먼저 돌아가야 하는 사람.
최지수 선배는 하프타임이 끝날 무렵 내게 물었다.
“재밌어요?”
“네. 생각보다요.”
“생각보다 뭐가요?”
나는 잠깐 고민하다 말했다.
“다 같이 보니까 진짜 응원하는 느낌이 나서요.”
최지수 선배는 피식 웃었다.
“다 같이 보는 건 맞죠.”
“네.”
“근데 다 같이 같은 걸 보는 건 또 아니에요.”
그 말은 그날 밤을 제일 정확하게 설명했다.
누군가는 진짜 축구를 봤고, 누군가는 윗사람 기분을 봤고, 누군가는 오늘 술값 계산이 어떻게 되는지를 봤고, 누군가는 내일 출근 후 자기 컨디션을 먼저 계산했다. 같은 화면을 보면서도 다 다른 경기를 보는 자리. 회사는 그런 곳이었다.
경기가 끝날 무렵, 가게 안은 처음보다 더 시끄러워졌고 더 피곤해졌다.
이긴 경기였는지 진 경기였는지보다, 나는 사람들이 끝나고 일어나는 장면이 더 기억에 남았다. 분명 다 같이 웃고 떠들었는데, 계산할 때가 되자 또 자연스럽게 무리가 갈렸고, 택시를 같이 탈 사람과 아닌 사람이 나뉘었다. 팀장과 가까운 사람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내일 아침 먼저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은 말없이 빠졌다. 즐거운 자리에도 질서가 남아 있었다. 아니, 즐거운 자리일수록 질서가 더 잘 보였다.
가게 밖으로 나오니 밤공기가 생각보다 시원했다.
거리에는 여전히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떠들고 있었고, 어디선가 차 경적이 짧게 울렸다. 밖에서는 정말 축제 같았다. 그런데 회사 사람들 사이에 끼어 걷고 있자니 나는 이상하게 조금 피곤했다. 경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어디쯤 있어야 하는지를 계속 생각하느라 피곤했다.
그날 집에 가면서 나는 처음 알았다.
회사는 즐거움도 그냥 즐거움으로 두지 않는다는 걸.
다 같이 웃고 떠드는 자리에서도 누군가는 끝까지 위를 보고, 누군가는 잔을 채우고, 누군가는 내일 일을 먼저 걱정한다는 걸. 월드컵은 분명 재밌었는데, 나는 이상하게 경기 결과보다 자리 배치와 잔 순서와 사람들 표정이 더 또렷하게 남았다.
학교에서는 응원도 그냥 응원이었다.
소리 지르고, 목 쉬고, 끝나면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 먹고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회사는 응원도 조금 달랐다. 응원을 하러 갔는데도 결국 사람을 보게 됐다. 누가 편한지, 누가 불편한지, 누가 센지, 누가 아직도 자기 자리를 찾는 중인지.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온 나라가 한 팀을 응원하던 밤이었는데, 나는 그날 처음으로 회사 안에는 팀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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