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나의 일기
나의 무던함을 믿어보기로 한다.
초등학교 저학때쯤이였던가?
금발의 팔다리가 길고 A라인 (촉감이) 실크 드레스를 입은 마론 인형이 갖고 싶었다.
우리 때는 필요한 걸 사줄 만큼 귀하디 귀한 존재가 되려면 집안에서 최소한 외동으로 태어났어야 했지만 아쉽게도 그러질 못 하고 남매가 많은 집안에서 태어났다. 등짝 스매싱을 예상하고서라도 마론 인형 따위를 사 달라고 길바닥에 드러누울 깡조차 없이.
돼지 저금통에 모으고 모았던 백 원, 오백 원, 오십 원을 털어 부모님 몰래 샀던 마론 인형은 내 돈이었지만 당당하게 박스채 들고 들어 올 엄두가 나지 않아 집으로 향하던 길에 박스는 버리고 인형만 고이고이 들고 왔었더랬다.
지금 그 마론 인형은 어디로 갔을까.
그 정도의 간절함이었으면 최소한 팔다리라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소유한 것에 대한 매력(간절함, 소중함)은 이렇게도 쉽게 잊힌다.
지금 내가 사고 싶은 건 볼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경차를 산다고 해도 (그 사이 수 없이 엄선하고 엄선해 선택할 테고 신중을 기해 비교 분석 할 테고)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거나 저거나의 의미정도로만 남아 있을 것이다.
이미 사라진 마론 인형의 행방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것처럼.
덧붙이는 글 ;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도대체 가난하지 않은 삶이란 어떤 것일까..
우리 친구들은 그런 삶을 그저 경험해 보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