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0년 다니고 끝내 고졸되기

"너는 천재가 아니었으면 정말 진작 죽지 않았을까?"

by 어진의

엄마야, 브런치에 내 자리가 생겨버렸다.

그것도 고등학교 때부터 언젠가 글밥 먹고 살 때 써야지 했던 필명으로.

계절을 바꾸는 꽃바람이 부는 길거리에서 작가님 글 써주세요 하는 브런치의 알림을 받았다.


16년째 함께인 파트너와 20년째 함께인 작가 친구에게만 살며시 보고하고.

브런치에 은혜를 갚으려면 읽을 재미가 있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역시 대학을 10년 다니고도 끝내 고졸이라는 소개가 셌나…."


하고 중얼거리며 짧은 횡단보도를 건넜다.

유아차에 치와와를 태운 아주머니가 눈을 휘둥그레 뜨시더라.






작가 소개에 적은 문장을 이쪽에도 옮겨오려고 한다.


예민하고 병약한 천재가 글쓰기로만 연명한 시간에 대하여.

대학만 10년 다니고도 고졸인 삶이라니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파트너는 내게 곧잘 "너는 천재가 아니었다면 정말 진작 죽지 않았을까?" 한다.

천재라서 살아남았다,라는 표현은 어떠한 자기 과신도 없이 담백하다.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기 전, 나는 지독한 탈고를 갓 끝낸 참이었다.

나를 "내가 사랑하는 천재"라고 불러주던 예술가 친구가 있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 친구는 먼저 세상을 떠나고 나만 남아서.

나는 몇 년이 지나도 그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울곤 해서.

내 친구가 있을 곳까지 닿길 바라는 작품 하나를 오래도록 앓으며 썼다.


이제 다 울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나보다 더 오래 남을 줄 알았던 친구가 없고 내가 아직 여기 남은 것에 좀 놀라서.

언젠가 누구든 가림 없이 휘발되어 버릴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더 어질어질한 내 삶의 이야기를 한 번쯤 적어보고 싶어졌다.






사범대 다니다가 복수전공으로 철학과까지 하며

전액 장학금 받으며 알바 뛰고 자취방 월세 내다가

하루 3시간 취침 생활로 심신 건강 다 망가져서 휴학하고

성적 총점 4.3으로 자퇴하고 편입하고 또 전액 장학금 받다가

불면증과 거식증이라는 건강 업보가 돌아와서 휴학하고

작품 쓰다가 복학했더니 또 건강 업보가 닥쳐와 자퇴했더니….

와! 대학 두 개를 총 10년을 다니고 끝내 고졸!


천재가 아니었더라면 이미 굶어 죽었을

어느 유보수 텍스트 노동자의 아찔한 10년 이야기.


적어도 읽는 재미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