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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Sep 15. 2015

잊혀진 페이지

Une Page Oubliée





[…] ne pas avoir aimé en vain, pour une heure, des êtres qui demain ne seraient plus qu'un nom sur une page oubliée, dans un livre sans rapport avec la vie et sur la valeur duquel nous nous étions bien mépris puisque son lot ici-bas, nous le comprenions maintenant […].


_Marcel Proust, <Sur la lecture>


"삶과는 전혀 다른 한 권의 책 속에서, 내일이면 잊혀질 페이지 위에 하나의 이름만으로만 남을 존재들을, 헛되이 애정하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한 시간 동안, 그의 하찮은 운명 때문에 우리가 경시해왔던 그 가치를, 이제 이해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독서에 관하여>의 한 문장입니다. 불어 번역이 쉽지 않아 제가 쓴 한국어 문장이 매끄럽지 않네요. 다만, '내일이면 잊혀질 페이지 위의 존재들'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은, 실은 프루스트가 좋아했던 '존 러스킨'의 에세이 '참깨와 백합'을 번역하며 그 서문으로 쓴 글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독서의 날들'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재출판되기도 했는데요, 국내에서는 2014년 은행나무 에서 출판되었습니다. 


그 서문에서 프루스트는 독서 행위에 대하여 이렇게 쓰기도 했습니다. 




"Il n'y a peut-être pas de jours de notre enfance que nous ayons si pleinement vécus que ceux que nous avons cru laisser sans les vivre, ceux que nous avons passés avec un livre préféré" 


"우리의 어린 시절을 이루는 날들 중에는, 우리가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고 여겼거나 좋아하는 책과 같이 보낸 날들만이 어쩌면 진정으로 충만하게 보낸 날들이다."(유예진 역)



저는 요즘 저의 날들을 충만하게 채워주는 문장들을 적어두고 싶습니다. 이곳에, 내일이면 '잊혀질 페이지'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어제의 풍경처럼, 아까의 바람처럼, 사라질 문장들을 적어두려 합니다. 기억하기 위함이지만, 잊혀질 운명의 그것들은 제 운명대로... 흘러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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