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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 green Jul 07. 2021

드라마에도 지구력이 필요해.

피오야 미안해

 다시 볼 생각은 있으니 스포일러는 금지

한 때 나는 적막함이 싫어 집에 들어오면 티비부터 켜고 잠들 때까지 끄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일 때문에 거기에 집중할 수 없을 때도 말이다. 말하자면 티비를 본다라기 보다는 티비를 듣는 상태였다. 그때 나는 공중파와 지상파 거의 모든 드라마를 섭렵했었다. 온종일 티비를 켜놓다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흥미로운 드라마는 작업하는 중간 중간에도 뛰어나와 구멍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시청을 했지만, 어떤 드라마들은 띄엄띄엄 듣기만 했던지라 어떤 배우가 나왔는지, 그가 어떤 역할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내가 최근 한동안은 티비를 켜지 않았다. 이사  집이 온전히  집처럼 여겨지자 전처럼 조용한 시간이 “적막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느라 티비 켜는  자체를 아예 잊은 탓도 있다. 그래서 보기 시작했다 끝맺지 못한 드라마가 한두 개가 아니다. 빈센조 그랬고, 괴물, 나빌레라 그랬다. 너무 재밌게 보다가     놓치고  회차를 재방송으로 메꾸기도 전에 최종회까지 끝나버리자 흥미가 떨어졌다. 운동이 그러하듯 드라마를 보는데도 지구력이란  필요한 모양이다. 아예 다시  생각이 없는  아니다. 여유 있는 시간에 1회부터 최종회까지 정주행을  생각으로 극구 드라마의 내용을 찾아보지 않고 있다. *특히 나빌레라.  드라마는 이미 웹툰을 완독  상태라 결론을 알고 있지만 배우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보고 싶다.


이런 사건은 미국에서나 있는 일 아냐?

 그런 이유로 생긴 에피소드다. 얼마 전에 친구와 대화를 하다 아주 충격적이고 슬픈 소식을 들었다. 모 연예인의 피살 소식이었다. 흥미롭게 본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 드라마에서 그는 평소 이미지에 잘 맞는 역할로 분해 연기했었다. 착하고 귀여운 외모에 힙한, 호감형의 가수이자 연예인이었다.

“언니!!! 이 사람 죽었대…이 사람 티비에 자주 나오던 그 가수 아닌가??”

“말도 안 돼!!! 얼마 전에 드라마에도 나오고 예능에 나온 거 나 봤었는데. 어떡해… 어쩌다 그랬대??”

“몰라 괴한을 만나 피습당했다는데…”

“한국에서? 그런 일은 미국에서나 일어나는 이루아냐? 근데 왜 나는 아무데서도 그 기사를 못 봤지??”

(그때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얼마 전에 드라마에 나왔다고??”

“응 끝난 지도 얼마 안돼… 언제 그랬대? 어떡해…”

“아… 언니 미안, 그 드라마 내용이다.”

그랬다. 그 친구가 본 기사의 타이틀은 “충격적..” 배우 OOO 괴한에 피습당해 사망”이었다. 드라마 속 이름 대신 연예인의 실명을 써놓은 어느 기자의 낚시질에 제대로 낚여버린 거다. 사람 하나를 쉽게 죽여버리는 그런 자극적인 타이틀은 너무 하잖아… ‘거짓말은 아니다’라고 자기 합리화했을 그 기자가 속한 과열 경쟁사회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닌데 그래도 조금 화가 났다. 우리가 속았기 때문에!!!!


 최근 나는 끝까지 본 드라마가 없다. 그리고…그 친구 집에는 아예 티비가 없다. 드라마를 보다 만 자와 드라마를 볼 수 없는 자. 두 사람의 대화는 눈치 없이 빠져들던 미궁 속에서 겨우 빠져나와 가슴을 쓸어내리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되었다. 한 연예인이 괴한에게 피습당하는 슬픈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우리가 어떤 대화에서 송중기나 박인환 배우를 슬픈 사건에 말려들게 하기 전에, 그 기레기에게 다시 속지 않기 위해 보다 만 드라마를 지구력 있게 마무리 지어야겠다.


그리고 피오야, 미안해…

*그 드라마는 [마우스]라는 드라마였고 그 드라마에서 피오는 형사로 나와요. 그리고 이미 완결이 났으니 말인데…(위에서 스포가 끝나버렸고) 극 중 괴한에게 피살당한다고 하네요. 저에게 이 드라마의 진행은 아직도 정바름이 범인이 아닌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만… 이것도 죄다 스포일러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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