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걸음이라도 한 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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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에서 이어집니다.
가난한 존엄이 있기는 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없던 시기에는 편집디자인, 사진 편집, 콘텐츠 제작, 아동복 스토어 등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했다. 그러다 친구의 제안으로 함께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모두가 친구와 일은 하는 게 아니라고 말렸지만 ‘나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가 어떤 사인데~ 내가 잘 맞추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되지…
하지만 나라서 괜찮은 그런 일은 없었다. 사업은 초반부터 난황을 겪었다. 터져버린 코로나에 기대했던 오픈 발도 없었다. 의견 차이가 있었고 서로를 위해 조심한다던 배려가 점점 틈으로 변해갔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친구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박혀 어떤 날은 퇴근길에 울면서 집으로 갔고 어떤 날은 출근 지하철을 타기도 전에 호흡곤란이 왔다.
우리는 괜찮을 거야. 오만했던 내 자신감을 후회하며 그 일에서 떨어져 나오는데 걸린 시간이 고작 6개월. 하지만 고작 6개월은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기에도 나락으로 떨어지기에도, 20년이 넘게 알고 지낸 어린 시절 친구와 등을 돌리기에도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그게 올해 2월까지의 이야기. 나는 또 실패했다.
가난한 존엄이란 있는 걸까? 가진 것이 없는 내가 선택이란 것을 해도 되는 걸까? 그저 버텨야 하는 게 아닐까... 모든 결정의 앞에서 엄마에게 매일 전화를 해 물었다. 나 어떡해? 엄마는 그때마다 답을 준다. 좀 더 버텨볼까? 묻는 내게는 어떻게 버틸지에 대한 조언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을 때에는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주었다. 그저 세상이 다 그런 거니 버텨라 하는 교과서 같은 답을 주지 않았던 엄마가 지금도 나는 너무 고맙다. 또 한번 실패했고 언제나 나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엄마에게 그럴싸한 대답을 해내고 싶은 엄마의 숙제 꼬맹이가 남았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를
미래를 향하는 길에 틀린 길은 없다. 모르는 길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실패는 아파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나하나 실패해나가야 나는 조금 더 완성에 가까워질 것이다.
실패가 계속되고 마음의 상처를 입을 때마다 나를 되돌아보며 각오를 다지고 계획을 세운다. 다시 “나라는 존재”에 집중하자. 내 가치를 찾고 생각한 것들을 하나씩 실현해나가자. *그중 하나가 아빠가 돌아가시면서 쓸 수가 없었던 ‘보통의 오늘’을 완성시키는 일이었고 내 그림을 좀 더 성장시키고 일로 이어 가는 것 등이었다. 소소하게는 운전면허까지..
조바심 내지 말자 해도 나는 매일 불안하고 남들과 다른 이 생활이 가끔 우울하다. 밤에 일하고 해가 중천에 뜨고야 일어날 때가 그렇다. 한낮에 운동을 하다가 문득 그렇다. 가끔 친구들이 부동산과 주식을 이야기할 때도 그렇다. 서울에 집을 사는 건 내 계획에 없는 일인데도 어느 구 어느 동에 내 집을 마련해둬야 하는 거 아닐까? 조바심이 생길 때도 있다.
“재주가 많으니 어디 가서 먹고 살 걱정 없겠다”
그 얘기를 하는 친구들에게 ‘재주가 많은 나는 왜 어디 가서 먹고 살 걱정이 이렇게 되냐~ 내가 걱정되는 건 정말 나뿐이야’라며 농담 같은 진담을 던졌다.
미래는 어디에 있어?
이 나이에 현실감 없이 꿈 타령할 땐가...
불안함과 우울함이 엄습하던 어느 밤.
“우우우웅”
옆집에서 제습기 소리가 들렸다. 빨래를 말리는 모양이다. 우습게도 나는 그 제습기 소리에서 위안을 받았다.(빨래를 돌린다는 건 내 상상일 뿐이지만...)
‘당신 집에도 건조기 없구나. 나만 그런 거 아니라서 다행이다... 옆집 파이팅!!!’
미래를 향하는 길에 틀린 길은 없다. 모르는 길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실패는 아파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나하나 실패해나가야 나는 조금 더 완성에 가까워질 것이다.
내 미래가 어디를 향해 있을지 여전히 나는 모른다. 내가 증명해야 할 내 가치가 어떤 형태인지... 아직 조각을 시작하지도 못한 채 기묘한 모양의 덩어리를 만지작거리고만 있는 기분이다. 하지만 한 발을 떼기 시작했으니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 미래라는 것에 당도했을 때, 내 선택들이 틀리지 않았었구나 확신할 수 있기를 바래볼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