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겨울이야.
네가 가장 좋아하던 계절.
왜 있잖아. 추울수록 입김이 하얗게 이는 것을 보면, 그래도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아직은 이토록 뜨겁다고, 살아있다는건 이토록 뜨거운 것이라고 네가 위안을 받는다던 계절.
그 말을 하며 너는 입김보다 더 뜨거운 눈물을 흘렸었지.
선, 왜 그랬어.
왜 그때 단 한 방울의 눈물만 흘린 거였어?
차고 넘칠 듯 찰랑거리는 물항아리를 가슴에 안고 있었으면서, 너는 왜 단 한 방울만 쏟아낸 거였어?
있지, 나는 그날 이후로 그때의 네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한 줌의 눈물을 쏟아내. 이보다 더 뜨거웠을 너잖아.
선. 나의 선.
네가 곁에 없이 맞이하는 이 계절이 어느덧 두번째야.
네가 떠난 후로 내 마음은 늘 이 계절에 머물러 있지만 하얀 입김은 도무지 생기지가 않아.
나의 살아감은 뜨겁지 않은 걸까? 지금의 나를 보면 네가 어떤 표정을지을지 궁금하다. 그럴 때면 늘 말갛게 달아올라 있던 선, 네 볼이, 네 입이, 네 눈이, 네 두 손이, 마냥 그립기만 해.
선, 있잖아. 너말이야.
바라보기만 해도 나까지 열이 날 것만 같은, 열병보다 더 뜨겁던 네가 말이야.
아주 혹시라도 이 계절이 너무도 시려서 견딜 수 없을 때가 오면,
아주아주 혹시라도, 이 찬 공기에 뱉어내는 숨이 하얗게 일지 않는 순간이 생긴다면,
나를
떠올려 줄래?
네 단 한 방울의 눈물 꼭 그만큼만 떠올려 주면 돼.
그러면 나는,
꾹꾹 눌러 담은 항아리만큼의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선, 나의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