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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관계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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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ul 03. 2020

크롬 인간관계론(1)

카네기는 크롬을 몰랐을 테니까.

먼저 바탕화면에서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한 웹브라우저, 크롬의 '아이콘'을 클릭한다. 아이콘이란 단어는 동방정교의 성화(聖畵)를 가리키는 러시아어 이콘(Икон)에서 유래했고, 이콘은 ‘형상(image)’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에이콘(εικον, eikon)에서 유래했다. 나에게 '아이콘'을 더블클릭한다는 행위의 의미는 곧 내가 그리는 이상형, 우상을 '찜'할 거라는 암시의 느낌을 갖게 한다. 우리는 각자 자기와 가까워지길 바라는 인간상을 내재하고 있 않은가.


아이콘을 통해 열린 페이지 화면, 가장 첫 번째로 내게 보이는 것들 보자. 본다는 것을 철학적으로 접근하면 내가 보는 것 이외에 나머지는 보지 않겠다는 개인 주체의 선택과 집중이라 할 수 있겠다. 동시에 나머지를 보지 못한다는 시선의 한계도 나타낸다. 고로 매번 맞닥뜨리는 첫 페이지는 나에게 '운명'과도 같다. 보이는 것은 운명이다.


그 운명의 페이지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선 상단에 즐겨찾기로 북마크 된 여러 페이지의 아이콘들이 즐비해 있다. 즐겨찾기 목록 중에서도 노트북은 작은 창 사이즈로 9개 정도가 첫 페이지를 볼 때 한눈에 들어온다. 즐겨찾기 추가는 '사이트'를 넣는 란 옆에 '별'표시를 누르면 된다. 별로..였던 인간도 내 마음의 별로..삼으라는 깊은 뜻인가? 이걸 인간관계에 적용해보면 흥미롭다. 내가 가장 자주 '즐겨 찾는' 사람들은 다음 9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 내 생일을 챙겨주는 친구

: 내 존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주니까.


2. 급전 필요할 때 선뜻 손 내밀어준 친구

: 나를 세상이 말하는 돈의 논리보다 더 신뢰해주니까.


3. 밥 잘 사준 친구(특히 내가 어려울 때)

: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내 생존에 의미를 부여하고, 매슬로우의 동기부여이론 중 가장 기초적 욕구를 해결해줌으로써 나를 계속 살아도 되는 존재로 인정해줬으니까.


4. 지적 허영을 챙겨주는 시사•이슈•인문 상식에 능한 친구

: 나의 부족함을 객관화하도록 돕고 새로운 영감을 주니까.


5. 커피나 술로 속 이야기 들어준 친구

: 나에게 기꺼이 시간과 귀와 마음을 소중하게 내어줬으니까.


6. 북콘서트(북 토크)와 준 친구

: 그때 아무도 안 올까 봐 조마조마한 걸 생각하면 그 자리를 꽉 채워준 친구가 얼마나 고마운지 평생 은혜롭다.


7. 내가 쓴 책 사 주고 알아서 홍보해주는 친구

: 작가에게 책을 사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천군만마와도 같다는 걸, 아는가?


8. 자주 연락해 주는 친구

: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동시에 많이 외로움을 타는 고양이 같은 인간 유형이다. 이런 나를 잘 아는 친구는 이미 나와 깊은 사이다.


9. 집안 경조사 찾아준 친구

: 이 9번째 유형이 특별히 고마운 이유가 있다. 나는 친구라고 말할 이들(1~9반에 중복해당하는 친구들)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런데 내가 그 친구들 경조사에 잘 간 편이 아니어서 외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 와줬던 딱 한 명의 친구는 정말 고마웠다.


이렇게 나에게 '찐'으로 고마운 친구 유형을 떠올리다가 문득 나는 그들에게 이런 친구였나 생각하며 깊은 반성을 하게 됐다. 내가 이기적인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많이 받았구나 하는 생각에 더 베풀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래서 즐겨찾기에 올려놓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실제 더 자주 찾아야겠다고 거듭 마음을 다져본다.


사실 즐겨찾기까지는 다른 웹브라우저에도 다 있던 것이다. 어쩌면 크롬의 가장 좋은 기능 중에 하나로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았을 때 나오는 '공룡 게임'이 아닐까 한다.

네트워크 오류가 나면 공룡게임이 뜬다


(크롬 인간관계론 2편에 계속)


인터넷 연결 상태에서즐길 수 있는 크롬 공룡 게임 = http://www.trex-game.skipser.com/


매일 공개 글쓰기 3일차 n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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