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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y 07. 2021

어버이날 글귀 문구 (인사말 카드 메시지)

이동영 아포리즘 에세이 <문장의 위로>중에서

이동영, 책 <문장의 위로>중 어버이날 문구로 공유되는 글귀
여러분도 그런 적 있나요?


어느 순간, 내 나이 때의 부모님이 떠오른 적이요.


우연히 다행이(입양한 고양이)와 놀아주다가 부모님 방의 침대맡에서 엄마의 20대 시절 증명사진(흑백)을 발견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이거 참 이상하죠.

'엄마에게도 20대가 있었구나'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 오면 제 전화기에는 그 사진이 뜹니다. 잊지 않으려고요.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 대신 살아온 소중한 세월을요. 제가 30대 중반이 된 지금에서야 부모님이 나를 낳고서 얼마나 치열하게 사셨을지 새삼 생각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머리가 커지면서 부모님이 제게 설명하지 못하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어쩌면 설명하지 않았던 것, 설명해도 모르는 것, 설명한 것만 따라도 충분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근데 건방졌던 거죠.


부모님도 개별적 인간으로서 처음 맞닥뜨린 20대, 30대...였을 텐데. 지금 내 나이쯤 된 당신께서 나같이 제멋대로인 아이에게 어떻게 교육해야 좋을지 쩔쩔매었을 걸 생각하니 죄송하고도 아찔합니다.


그 시절을 지나고 나니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들이 잔소리가 아닌 메시지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동어반복이 아니라, 한결같은 마음이란 걸 깨닫게 되었죠. 더 늦기 전에 제가 부모님이 이룬 것 안에서 안주할 게 아니라 제가 이룬 것을 부모님께 드리고도 여유 있어야 할 텐데요.


과연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이 깊어지는 요즘입니다.


'어버이날 글귀 문구'로 블로그나 브런치로 유입되어 네이버나 다음•구글에 제 글이 뜨는 걸 보니 또 어버이날이 왔구나 싶어서 이 글을 남겨봅니다.


더 독립적인 자식이 되어서 갚아야 할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 한없이 늦은 것 같고 그런 생각을 거두면 또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코로나 시국이 본격화되자마자 서울에서 살던 저는 본가에 내려와 살아서 부모님과 종종 마주치는데요. 저에게 늘 말씀해주십니다.


괜히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지 마라.
힘들면 우리가 힘들어도 도와줄 테니.


마음 편히 하고 싶은 일(글 쓰고 공부하고 강의)하라이 말씀은 너무 고맙고 든든한 말이지만 한편으론 제가 해드릴 말씀을 거꾸로 듣는 것 같아서 자주 마음이 약해지곤 합니다. 행운과 행복이 가득한 제 일상이지만 저는 하루 한 주 한 달이 가고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죄스러운 마음도 듭니다. 가감정이죠.

어버이날 좋은글귀 문구_이동영 작가

어떤 분 제가 배부른 소리 하는 거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판단은 자유이나, 제 입장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는 운 좋은 환경에서 글과 강의를 세상에 공유하 나름 최선을 다해 미션처럼 인생을 사는 개인이지만요. 제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늘 고민하다 보면 이런 생각 틀 감정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네요.

나를 위해서 주체적인 결정을 하며 살기에, 내 가족은 너무 많은 희생을 나로 인해 치루었다는 걸.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요.

나는 사회적인 성과를 내야만 진정으로 갚을 수 있을까요? 내 존재의 의미는 이들에게 무엇일까요.


어버이날 즈음에, 또 한 번 저를 관망해봅니다.



https://linktr.ee/leedong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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