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정신'입니다.

가끔은요.

by 이동영 글쓰기 쌤

전에 «가끔은 제정신»이라는 책 제목을 우연히 보고는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위트 있는 단 6글자로 미소 짓게 하며 사유를 이끌어내는 제목이었으니까요.


이번 글 제목을 똑같이 쓴 이유는 실제로 가끔은 제정신이란 건 아니고, 비유를 해본 겁니다. 진짜 행복한 비명을 지를 정도로 정신없는 시기를 지내고 있기 때문인데요.


2024년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무슨 복을 받았는지 강의 일정이 꽉 찼습니다. 아래와 같은 공식 공지를 올릴 수밖에 없 정도로요.

이렇게 3개월 연속으로 미리 스케줄을 확정한 비결이요? 제가 잘나서가 아닙니다.


그동안 거리가 너무 멀거나, 가까워도 제가 정해놓은 강사료 기준점에 미치지 못하면 정중하게 출강을 거절하기도 했었습니다. 11년 차 강사인데 저 스스로 몸값을 낮춰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새롭게 글쓰기 강의 판에 입성한 신입 글쓰기 강사들에게도 제가 판을 독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생각을 바꿨습니다. 바꾼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먼저 나서서 강의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순수 100% 섭외를 받고 강의에 나가기 때문이죠. 95% 이상이 제 블로그나 브런치를 본 교육 담당자, 방송관계자가 섭외를 해옵니다. 혹은 이전에 강의했던 곳에서 한 번 더 불러주거나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주는 식입니다. 이렇게 모두 저를 먼저 찾아주는 거예요. 근데 거절을 한다?


일단 이 지점에서 제가 너무 저를 과대평가하는 건 아닌가 객관화를 냉정하게 해 보았고요. 초 베스트셀러 글쓰기 책을 낸 유시민·강원국 급도 아닌 제가 명성이나 인지도를 쌓고 독점을 운운해도 해야 할 것 같았고요.

그다음 이유는 그렇게 적은 강사료에도 불구하고 이동영 강사를 찾아주는 곳의 공통점 때문이었습니다. 예산이 적게 배정된 곳은 대기업이나 부유한 재단이 아니라 대부분 복지관이나 지방 학교, 도서관 등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 규모의 시설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교육 섭외 담당자분께서 11년 차 강사인 저를 '굳이' 찾았다면 수강하는 분들께 높은 퀄리티의 좋은 강의 프로그램을 열어드리고 싶은 취지가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수강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그런 출강처 역시도 이내 실망하곤 합니다. 다행히 저를 강사로 끝까지 섭외하고 싶다며 설득하는 담당자분은 높은 확률로 좋은 수강 환경과 분위기를 최선을 다해 세팅해 놓으시더라고요. 저는 강사로서 역할만 집중하면 되게끔 말이지요. 집중도나 참여도도 높아서 수강하는 이들의 리액션이 남다릅니다. 같은 주제, 비슷한 직군이나 연령대에서 강의해도 다름의 차이가 확연하게 납니다.


그 믿음으로 강사료와 무관하게 출강을 수락하다 보니 어느새 부여, 안동, 전주, 서천, 청주, 용인, 부천 등 거주지인 서울을 벗어난 장거리(자차가 없음) 강의를 다수 확정하게 됐습니다. 또 전 연령 대상으로 에세이, 홍보 글쓰기, 문해력, 챗GPT를 주제로 강의하니까 연속 강의, 하루 2건 이상 스케줄이 5월부터 꽤 많이 잡혔습니다. 이 주제로 섭외가 오면 가리지 않고서 오랫동안 글쓰기 강의 이력을 쌓아온 덕분이기도 하니 보람을 느낍니다.

저에게도 계속해서 강의안을 업데이트하고 긴장을 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어서 좋습니다. 힘들어도 즐겁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하고 그게 교육이니 만큼 저 혼자만 즐겁고 성장하는 게 아니라서 더 좋습니다.


최근엔 복지관도 많이 가고 초등학교나 소규모 동네책방까지도 강사료 재지 않고 출강하기 시작했는데요. 재능기부를 정기적으로 하며 꼭 봉사나 현금기부·현물후원이 아니더라도 제가 베풀 수 있는 걸 찾은 결과입니다. 교육이 필요한 대상이나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활성화를 꾀하는 곳에 제 역할을 재능기부 형태로 적은 강사료 혹은 무료로 하는 것인데요.


생계형 강사이기에 모든 강의를 그렇게 하진 못합니다. 제가 책을 써서 초 대박이 난 작가는 아니라서 강의를 통해 월세 내고 밥도 먹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도 생각해야 하거든요. 여유가 있어서 베푸는 게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걸로 베풀자고 마음을 먹은 겁니다.


한 달에 스무 건의 강의를 한다면 그중 2건 내외로는 정기 재능기부라고 생각하고 베풀기로 한 결과, 이렇게 바빠진 것입니다.


나름 사회복지학도 출신인데,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복지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할 일이 있고, 지자체가 할 일이 있고, 개개인이 할 일이 있는 거죠. 저는 제가 개인으로서 할 일을 찾았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할 일이 되었고,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잘하는 글쓰기 강의를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정당한 강사료를 받고 출강하는 일도 너무나 즐거운 일이지만, 저를 찾아주는 곳에 제 재능을 꾸준히 기부하는 일은 즐겁기도 하면서 행복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6월과 7월은 특히 토요일까지 안 쉬는 5월보다는 며칠 정도 여유를 확보해 두었습니다. 더 여유 있는 강의 준비와 더불어 올해 하반기 책 출간을 위한 원고 집필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이지요.


앞으로도 바쁘게 살겠지만
정신은 늘
똑바로 차리겠습니다^^
지금처럼요.


가끔 제정신을 놓을 땐 쉬어가면서, 체력, 컨디션도 잘 조절하고요. 강의 콘텐츠도 거듭 개발하면서,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말이죠.


브런치를 10년째(2015년 12월 첫 발행) 하다 보니 저를 브런치 글로만 보다가 실제로 만나서 강의를 들은 인연도 정말 많았는데요. 그때마다 브런치스토리를 꾸준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늘 제가 주창하는 말 중에 '꾸준함이 재능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능기부는 이 꾸준함을 자산으로 하고 있는 거라서 늘 겸손하게 그리고 실력과 매력이 넘치는 거기에 인성과 체력까지 겸비한 이동영 강사로 끝까지 살아남겠습니다.


이 글을 보는 분 중에서도 분명 서로를 실물로 마주할 날이 곧 올 거예요. 미리 반갑고 미리 감사합니다. 제가 정신없어 보인다면 이 글을 떠올려 응원과 격려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강의가 재밌다거나 잘생겼다는 말을 힘내세요보다 더 좋아합니다.


제 책을 가지고 오는 분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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