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흑역사'로 꼽히는 연예가 중계 방송사고가 있다. 천하의 국민 MC 유재석은 연예대상을 매해마다 휩쓰는 방송천재이지만, 카메라 울렁증에 말까지 서투른 시절도 있었다. 손을 사시나무 떨듯 떨다가 너무 떤 나머지 대본 읽을 부분을 가리킨 손이 엉뚱한 곳에 가 있었다는 후문을 전하기도 했다.
나는 그랬던 유재석 씨에게 고맙다. 나도 첫 TV출연 당시 너무 많이 떨어서 평소답지 않은 장면이 나와 리허설에서 했던 내용을 전면 수정해서 다시 하기도 했다. 유재석 씨처럼 생방송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은 아닌 녹화방송이어서 방송사고까진 아니었지만. 이후 첫 방송 출연을 복기하는 나에게 떠오른 유재석 씨의 방송사고 장면은 큰 위로가 되었다.(그 망쳐버린 첫 TV 방송 이후에 섭외는 아직 없지만)
내가 그냥 방송에 소질이 없나? 하고 끝내지 않고 꿈꾸게 하는 희망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위로로만 끝낼 것도 아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생각까지도 미치게 되었다.
내가 지금 하는 도전이 비록 실패로 끝났더라도 훗날 웃으며 추억할 정도의 실력과 매력으로 살아간다면? 도리어 내 길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희망이 되어 주는 것이니까. 실패를 했으니 무의미하다거나 이번 생은 망했다는 자조 섞인 농담은 거두어도 좋겠다.
실패는 과정이다. 성공을 향한 과정이기 전에 삶을 살아내는 여정에 하나이다. 시험을 망쳤든 무대를 망쳤든 고백에 거절당했든 인생이 망한 게 아니다. 하나의 에피소드다. 내가 성찰할 거리로 남기면 그걸로 충분하다. 하면 할수록 인생이 조금씩 나아질 것은 분명하니까. 인간의 시선에서 규정한 의미로만 해석하고 주변 세상의 시선에서 갇힌 채 바라보다가, 지구별을 보고 우주 너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한 톨의 먼지 한 줌의 모래 한순간의 시간일 뿐이다. 한 번뿐인 생은 '아직' 하기 나름이다.
끝까지 하면 된다. 잘 해내면 된다. 포기할 수도 있지만, 더 잘 해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