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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l woon Sep 10. 2015

거절당해 본 적 있으세요?

"부탁은 강요가 아닐 테죠"

혹시 믿었던 사람에게

조심스레 내민 부탁이 거절당한 적

있으신가요?    


아주 많이 당황스럽더군요.

제 마음엔 알게 모르게 그 사람이 제 부탁을 들어줄 거라 생각했었나 봅니다.     


굉장히 미안하단 듯이 건넨 부탁이었지만 그 친구의 대답 또한 조심스런 거절이었어요.    


알겠다며 쿨한 척 넘어갔지만, 제 마음이 거절까지 담을 만큼은 크지 못했나 봅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도 전 ‘거절했던 친구’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의식적으로 그 친구와 거리를 두기도 했었고,

친구가 부탁하는 것을 일부러 거절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작년 겨울,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놀던 자리에서 속마음을 터놓자며 한 친구가 제안했습니다.     

웬일인지, 제 부탁을 거절했던 친구가 먼저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표했고.


제게 묻더군요.     

“혹시 너 나한테 서운한 거 있어?”    


보란 듯이 답을 했습니다.

“아니, 왜? 너야말로 나한테 뭐 서운한 거 있어? 이상하게 왜 그래?”    


주위 친구들도 너무 소심한 것 아니냐며 그 친구에게 핀잔을 줬고,

한순간에 전 그 친구를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오해했다면서  민망해하더군요.     

당시엔, 그런 분위기를 만든 것에 찝찝함을 느꼈지만 별다른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다른 친구가 중요한 부탁을 해왔습니다.

제 부탁을 거절했던 친구만큼이나 막역한 사이었기에 정말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허나 방법이 없더군요.

심심한 위로의 말들을 전하면서,

조심스러웠던 부탁에 더 조심스레 거절을 놓았습니다.     


그 친구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너가 거절할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많이 서운하다”


왜 그 순간에 제 부탁을 거절했던 친구가 떠올랐을까요?    

금세 부끄러웠습니다.

제 부탁을 거절한 친구에게 속 좁은 사람으로 비치기 싫어,

쿨한 척 행동했던 결과는 사람들 앞에서 친구를 바보로 만들었던 것이었는데


이 친구의 선택은 치졸했던 저완 달랐습니다.

제 거절에 서운하다 말하는 친구의 용감함은 제가 많은 반성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부탁하던 순간, 제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한 오만했던 제 자신부터

본의 아니게 거절해야만 하는 제 상황을 몰라주는 친구의 모습까지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고, 잘못된 오해의 끈을 풀어야겠다는 게 제 결론이었습니다.


저는 혼자 가진 반성의 시간에서 제 부탁을 거절한 친구에게 한없이 미안해야만 했습니다.

친구는 이래저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들을  이야기했었지만 저는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고,

중요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에만 집중하며 감정을 소진했습니다.


친구가 할퀸 상처도 아닌데 제가 긁어 만든 상처를 보며 친구를 미워하는, 아주 바보 같은 일을 해 온 것이죠.


그때는 왜 알지 못했을 까요? 부탁은 강요가 아니라는 것을요.

혹시 나를 위해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면 그건 두고두고 감사해야 할 일이며,

내밀었던 부탁이 조심스레 거절당한다 해도 거절하기 전까지 고민해준 타인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을요.


어쨌든 우리는 '부탁'이라는 고민의 짊을 그 사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얹어준 것이니까요.


그날, 제 부탁을 거절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뜬금없는 사과를 던졌습니다.

그 친구는 화를 내기보다 들어주지 못했던 것에 미안하다며 도리어 사과를 돌려주더군요.

친구의 호탕함에 거듭 '미안해'만 말하던 제가 그때만큼은 그 친구에게 가장 솔직했던 것 같습니다.


통화를 끊고 나니 저로부터 부탁을 거절당한 친구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고

그 내용은, 사정이 있어 들어주지 못한 것에 서운하다 말해 미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느낀 날이었습니다.

제 부족함을 깊게 보게 되어서 부끄러웠지만 그런 저를 기다려준 친구에게서 배려의 힘을 깨달았고,


제 거절에 솔직함으로 대해준 친구 덕에 진심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은 제가 '잘 살아가는 게'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억해야 할 많은 것들 중 '타인의 선택에 실망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쉽게 간과되는 것이기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부탁을 강요 하시진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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