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여경 무능력론과 여성 징병 찬성론이 동시에 성립할 수 없는 이유
인터넷상에서 한국의 병역 담론을 관찰하다 보면 꽤 묘한 패턴이 있다. 같은 사람이, 같은 맥락에서, 두 가지 주장을 동시에 펼치는 패턴 말이다. 하나는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한다"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군은 쓸모없고 여경은 무능하다"라는 것이다.
이 두 주장을 얼핏 보다 보면 서로 다른 주제처럼 보인다. 그런데 잠깐만 생각해 보면 이 두 주장은 논리적으로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 글은 왜 이 두 주장이 동시에 성립할 수 없는지에 대한 글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이 주장하는 여군·여경 무능력론의 근거는 무엇인가?
사실 이 담론이 완전히 근거가 없는(무논리인) 담론인 건 아니다. 실제로 논란이 된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024년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에서 여군 중대장의 부적절한 군기 훈련이 문제가 됐고, 여경의 현장 대응 미숙 영상이 퍼지며 "여경은 범인도 못 잡는다"라는 비판이 쏟아졌었던 사실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개별적인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여성은 체력적으로 전투와 치안 업무에 부적합하다." 내지는 "여군과 여경은 사실상 필요가 없다"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물론 남녀 간의 신체 능력의 차이는 실제로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평균적인 남녀 간 근력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이것이 보병 전투나 현장 제압 같은 체력 집약적 업무에서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헌법재판소 역시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판정 검사 대상으로 정한 것이 현저히 자의적이라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이들이 말하는 여군·여경 무능력론의 핵심 전제는 "여성은 신체적으로 전투와 치안에 부적합하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제를 받아들이면, 여성을 징집해도 실질적인 전투력 증강에 이바지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자동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부적합한 인원을 강제로 끌어모아봤자 군의 전투력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성 징병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여성이 훈련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전투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전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여군은 원래 못한다"라는 무능력론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내 결론은 간단하다. 둘 중 하나는 틀렸다는 것.
이들이 말하는 여군·여경 무능력론은 상당 부분 일부 개인의 논란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이것은 논리학에서 말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왜냐하면 모든 여군과 여경들이 다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남성 군인과 경찰 중에도 직무 태만, 가혹행위, 무능한 대응 사례는 끊임없이 나온다. 그런데 그 사례들이 "남성은 군인·경찰로 부적합하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개인의 실패를 성별 집단 전체의 특성으로 확장하는 건 남성 사례에는 적용하지 않는 기준을 여성에게만 적용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논리적인 일관성을 원한다면, 개인 사례에 대한 비판과 집단 전체에 관한 판단은 분리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왜 이 두 주장이 동시에 등장하는가?
나는 이 두 담론의 감정적 뿌리가 같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나만 손해 보고 있다"라는 박탈감이다. 또 여군·여경 무능력론은 "여성은 혜택만 누리고 책임은 안 진다"라는 분노에서 나오고, 여성 징병 찬성론은 "나만 고생하는 게 억울하다"라는 감정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둘 다 사실상 같은 감정의 서로 다른 표현이지만, 논리적으로는 충돌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물론 그 감정은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행 징병제가 남성에게 불균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그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불만을 해소하는 방식이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으면, 정작 징병제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더 나은 질문일까?
난 이들이 여군·여경 무능력론과 여성 징병 찬성론을 동시에 들고 다니는 건, 결국 현행 징병제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보며, 누군가를 탓하는 건 쉽고, 제도를 바꾸는 건 어렵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왜 징집병의 보상은 생업 포기 비용에도 못 미치는가. 왜 예비군 훈련은 실효성 없이 강제만 유지하는가. 왜 초급간부는 처우가 열악해 대거 이탈하는가. 왜 병력 자원은 줄어드는데 구조는 그대로인가.
그리고 이 질문들은 누가 군대에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군대 자체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의 문제다. 나는 우리가, 우리 사회가 그 질문에 답하기 전까지, 여성 징병 찬성론과 여군·여경 무능력론을 동시에 주장하는 건 자기모순을 논리의 옷으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