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제가 인터넷에 올라오는 순간 보통 두 가지 일이 벌어진다. 한쪽에서는 "맞다. 남자는 군대도 가고 산재로도 죽어 나가니 남자는 피해자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다른 쪽에서는 "국회의원 80%가 남자인데 무슨 피해자 타령이냐"라는 반박이 따라온다. 그리고 둘 다 부분적으로는 맞고, 동시에 둘 다 전체적인 그림을 의도적으로 잘라낸다고 본다. 그리고 이 글은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다만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읽고, 이 논쟁이 왜 항상 제자리를 맴도는지를 짚고자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선 질문 자체를 해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성은 한국 사회의 피해자인가"라는 명제는 그 자체로 설정이 조금 이상하기 때문이다. 보통 '피해자'라는 단어는 원래 특정 가해 행위의 대상을 지칭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구조적 불이익을 가리키는 비유로 쓰인다. 그리고 이 용어 선택 자체가 이미 프레이밍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피해자라는 프레임은 상대편 가해자를 자동적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에 논쟁이 처음부터 "남성 vs 여성"의 제로섬 구도로 빨려 들어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더 정확한 질문은 이렇게 고쳐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영역이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에는 단호하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단, 그 불리함이 어느 영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제 논쟁에서 가장 쉽게 무시되지만 가장 반박하기 어려운 데이터부터 시작하자.
2023년 기준 고독사 사망자 중 남성은 84.1%(3,053명), 여성은 15.9%(579명)다. 남성이 여성의 5.3배다. 이건 표본 편향이나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공식 수치다. 또한 자살률은 남성이 인구 10만 명당 41.8명, 여성이 16.6명으로 남성이 2.5배 이상 높다. 게다가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2023년 한 해에만 1,245명이었는데 이 중 절대다수가 남성이다.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이른바 3D 업종이 성별 분리 때문에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숫자들을 불편하다 외면하는 건 지적인 정직함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사람이 실제로 죽어 나가는 통계에는 진지하게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독사와 자살과 산재로 죽는 사람이 여성의 두세 배에서 다섯 배까지 나오는 집단을 향해 "피해의식이다"라고 말하는 건 숫자 앞에서 눈을 감는 것이다.
또 여기에 병역 의무라는 변수가 더해진다. 한국 남성은 18~21개월의 군 복무를 수행하며 학업 중단, 경력 공백, 경제활동 중지라는 기회비용을 치른다. 당사자들이 군 복무의 가장 큰 불이익으로 꼽는 건 "인생의 중요한 시기의 공백(48.2%)"과 "취업 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16.0%)"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 제도를 위헌으로 판결한 이후 25년이 넘도록 제대 군인에 대한 실질적 대안 보상 체계는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국가가 신체적 차이를 근거로 남성에게 의무를 부과할 때는 성별을 가리고, 보상을 논할 때는 평등을 내세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는 비판은 단순한 억울함의 토로가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정당한 문제 제기라고 본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남성 불리론이 완전히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데이터를 더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먼저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의원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20%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라는 말은 나머지 80%는 여전히 남성이라는 뜻이다. 또 중앙 부처 장관의 여성 비율은 16.7%,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중 여성은 23.2%다. 게다가 기업 고위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은 17.5%로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호주가 41.7%, 프랑스가 38.9%인 것과 비교하면 한참 멀다.
노동시장 데이터는 더 명확하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2023년 기준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의 73.7% 수준이다. 여성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45.5%로 남성(29.8%)보다 현저히 높다.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여성의 고용률(69.1%)은 같은 학력 남성(83.6%)보다 14.5%p 낮다. 즉 공부를 똑같이 해도 취업 시장에서는 성별 격차가 사라지지 않는다.
추가로 교육 지표는 방향이 반대다. 국어, 영어 과목에서 여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남학생보다 15%p 이상 높고, 대학 진학률은 여학생이 76.7%, 남학생이 70.7%로 6%p 차이가 난다. 이 격차는 2010년대 이후 굳어진 추세다. 남성 불리론 진영이 교육 역전을 가장 자주 끌어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이 데이터들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어떤 그림이 나오는가.
우선 남성은 죽음에 가까운 영역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자살, 고독사, 산재 사망, 군복무라는 물리적·생존적 차원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훨씬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국가의 보호도 덜 받는다. 이건 부정하기 어렵다.
반면에 여성은 권력과 보상의 영역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임금, 고용 안정성, 관리직 진입, 정치적 대표성이라는 경제적·사회적 차원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구조적인 장벽 앞에 서 있다. 이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 두 사실은 모순이 아니다. 같은 사회에서 남녀가 서로 다른 차원의 불이익을 동시에 겪고 있다. 국제 지표도 이걸 보여준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에서 한국은 193개국 중 16위다. 그리고 이것은 보건 인프라와 안전 지표가 반영된 수치다. 또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GI)에서 한국은 146개국 중 94위다. 임금 격차와 정치권력 격차를 측정한 수치다. 어느 쪽이 진짜 한국이냐고 묻는다면, 둘 다 진짜 한국의 모습이다.
2025년 조사에서 "남녀 서로 유리한 영역과 불리한 영역이 따로 있다"라는 상호 유불리론에 동의하는 응답이 66~67%였다. 절대다수의 시민들이 이미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남성 불리론 자체가 틀린 게 아니다. 위에서 확인했듯 데이터의 상당 부분이 그 주장을 지지한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논리가 실제 담론에서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있다.
이전에 썼던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여경의 체력 기준이나 여성 징병 담론은 그 자체로는 정책적으로 논의할 가치가 있는 주제다. 물론 필자는 여성 징병 담론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그런데 실제 담론장에서 이 주제들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논하는 게 아니라 여성의 사회적 발언권 자체를 조건부로 만들기 위한 수사적 도구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군대도 안 가면서 페미니즘 타령이냐"라는 논리는 남성의 의무를 개선하려는 주장이 아니라 여성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에 가깝다.
마찬가지로, 앞서 분석했던 이대남 담론의 패턴이 여기서도 반복된다. 에펨코리아와 디시인사이드에서 가장 크게 소리치는 25% 남짓의 강경층 목소리가 260만 20대 남성 전체의 민낯처럼 유통된다. 그리고 그 목소리 중 상당수는 남성의 구조적 불이익을 개선하려는 정책적 요구가 아니라, 여성 혐오를 남성 피해론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이건 구분해야 한다.
이화여대 이주희 교수의 말은 이 지점에서 정확하다. 정치권에서 성별 갈라치기는 계급 갈등, 일자리 부족, 저임금, 노동의 질 약화 같은 문제를 기업과 정부가 아닌 남녀 청년이 서로 싸우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남성이 느끼는 박탈감의 상당 부분은 젠더 문제이기 이전에 계급 문제이고 세대 문제다. 그런데 "여성 때문이다"라는 프레임으로 포장되는 순간 구조적 문제는 사라지고 성별 갈등만 남는다.
자, 그럼 이제 정리를 해보자.
한국 남성이 생존과 안전의 영역에서 구체적이고 심각한 불이익을 겪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자살률, 고독사, 산재 사망, 군복무 기회비용과 그에 대한 보상 부재는 데이터로 확인되는 현실이다. 이걸 "피해의식"이라고 일축하는 건 숫자 앞에서 눈을 감는 것이다.
동시에, 한국 여성이 경제적 기회와 권력의 영역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OECD 최대 성별 임금 격차, 국회의원 80% 남성, 관리직의 만성적 유리천장은 여성이 사회적 주체로서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두 사실은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상쇄하지 않는다. 경합하는 관계가 아니라 같은 사회의 다른 단면이니까.
"남성은 한국 사회의 피해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은 이렇다. 특정 영역에서는 그렇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 불편한 복잡성을 버리고 "남성이 피해자다." 또는 "남성은 지배자다"라는 단선적 결론을 선택하는 순간, 그 사람이 진짜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니라 자기 진영의 무기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무기를 만들어 쓰는 한, 진짜 문제. 이를테면 산재 예방, 군복무 보상 체계, 임금 격차 해소, 경력 단절 구조 개선 등등은 의제에서 계속 밀려난다. 갈라치기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