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보전주의는 과연 반증이 가능한 사상인가

by Edward Alistair Langford

사상에는 두 종류가 있다. 반증이 가능한 사상과 반증이 불가능한 사상. 여기서 전자는 틀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진지하게 다룰 수 있고, 후자는 틀릴 수 없으므로 신앙이 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제도보전주의가 후자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카를 포퍼는 과학적 명제의 조건으로 반증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어떤 관찰이 나오면 이 이론이 틀렸다고 볼 것인가를 미리 말할 수 없는 명제는 이론이 아니라 신념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기준을 정치철학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증할 수 있는 예측을 제시하지 않는 사상은 비판에 노출되지 않고, 비판에 노출되지 않는 사상은 자기 확신의 언어로만 자란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도보전주의가 제도로 구현될 때 어떠한 결과를 예측하는가. 이에 대해 몇 가지를 명시적으로 말하겠다.

우선 권력 분립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체제에서는 단일 행위자가 제도를 단기에 해체하기 구조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이렇게 반박할 수 있겠다. 권력 분립이 잘 설계된 체제에서도 단일 행위자에 의한 제도 해체가 빈번하다면, '구조가 사람보다 신뢰할 수 있다'라는 핵심 명제는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물론 숙의 절차를 통해 결정된 정책은 그렇지 않은 정책보다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으로 집행되고 수용도가 높다. 아일랜드 시민의회의 낙태 합법화가 그러한 사례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가장 두렵게 보는 반례의 지점이다. 만일 충분한 숙의를 거쳤음에도 소수의 권리가 더 심하게 침해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중심에 놓는 이 사상의 설계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또한 다수결로 작동하는 숙의가 소수를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구조로 전환될 때, 제도보전주의는 그것을 막을 내적 자원이 충분한가.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이 질문에 완전히 답하지 못했다.


또한 경제적 의존 해소가 비지배 자유를 실질적으로 확대한다는 명제도 검증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 기본소득 도입 이후 노동시장 협상력이 구조적으로 향상될 것이란 것이 나의 예측이다. 일례로 핀란드에서 했던 실험은 제한적이지만 내 예측과 일부 방향이 맞다. 다만 기본소득이 도입되었음에도 의존 구조가 심화하거나 자유의 실질적 향상이 관찰되지 않는다면, 복지와 자유의 연결 고리를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이것들은 제도보전주의의 핵심 명제이며 나는 이쯤에서 한 가지를 인정하고자 한다. 내가 스스로 반례를 제시한다는 것이 진짜 자기비판인지, 아니면 감당할 수 있는 비판만 골라 수용함으로써 더 큰 비판에 면역되는 구조인지. 그 경계가 흐릿하다는 것을 나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은 사상과 자아의 분리였다.


나는 이 사상에 오래 투자했다. 또한 글을 쓰고 논쟁했다. 이런 조건에서 이 사상에 대한 비판은 종종 반사적으로 나에 대한 비판처럼 느껴지곤 한다. 심리학에서 매몰 비용 편향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사상이란 것에도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이미 오랜 시간 투자한 아이디어일수록 그것이 틀렸다는 증거를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거나 재해석하게 된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것은 나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를 시도하고 있다. 하나는 비판받을 때 먼저 묻는 것. 과연 이 비판이 제도보전주의의 내적 논리를 공격하는가, 아니면 나의 태도나 일관성을 공격하는가. 전자라면 논증으로 답해야 하고, 후자는 이 사상의 타당성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다른 또 하나는 이 사상에 가장 불편할 사람의 반론을 내가 먼저 강하게 구성해 보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이 사상의 날카로운 비판자가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상과 자아 사이에 구조적 거리가 생길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상이 단단해지는 것은 비판을 막을 때가 아니라 비판에 노출되고, 일부를 수용하고, 그래도 남아 있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때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제도보전주의가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떤 조건에서 틀릴 수 있는지도 대략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사상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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