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의 향수
'가을이 오면' - 서영은
매년 슬슬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올 때면
늘 생각나는 음악입니다.
이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가을이 되면 반팔의 하복을 긴팔의 춘추복으로 갈아 입고,
종종 쌀쌀한 날엔 부드러운 니트 조끼를 교복 위에 덧입기도 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가을의 정취를 풍족히 느낄 시간은 다소 부족했던 바쁜 스케줄의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새벽이면 집을 나서 매일 아침 6시 30분 통학버스에 탑승하고,
밤이면 자정을 넘겨서야 집에 돌아오던 그 시절의 가을은
긴 버스시간과 자습시간을 버티게 한 음악들로 가득합니다.
가을엔 꼭 휴대전화의 컬러링도 가을에 맞추어 바꾸곤 했었는데,
위에 소개한 '가을이 오면'부터,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잊혀진 계절'과 같은 곡들을 바꿔가며 등록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예전 노래들을 참 좋아했습니다.
패티김, 동물원 같은 가수들의 음악도 즐겨 들었습니다.
그토록 좋아하는 책을 조금이라도 더 읽고 싶어서
그렇잖아도 부족한 잠을 줄여가며 독서를 했고
가끔은 나를 털어내는 글을 쓰고, 친구들과 수많은 편지를 주고 받던 나날이었습니다.
늦은 밤 졸린 귀로 듣던 새벽 라디오만의 정취가 참 좋았던 때였습니다.
풍성한 가을의 청춘은 그렇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세월은 훌쩍 흘러 2018년이 되었습니다.
유난히 덥고 긴 여름을 지내며 대체 언제 이 더위가 끝날까, 했는데
어느새 저녁이면 살랑거리는 바람이 조금은 쌀쌀해졌습니다.
올해도 역시 여름은 지나고, 가을이 옵니다.
봄, 여름 동안 무럭무럭 자란 식물들은 열매와 곡식을 주렁주렁 달아낼 것입니다.
나는 올 가을, 어떤 열매를 맺을 것인지
내가 수확할 열매는 얼마나 풍성하고 탐스러운지 살펴보아야 할 때입니다.
올 가을은 또 어떤 추억들로 기억될까요.
파란 하늘만큼 드높아진 마음 속에 아름답고 깨끗한 생각들을
가득 그려 넣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