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희 Dec 25. 2023

유쾌한 눈사람

정말 말도 안 되는 겨울이다. 포근한 날이 반복되더니 지난 한 주는 말도 안 되는 한파가 몰아쳤다. 온탕, 냉탕을 오가는 이번 겨울에 더 황당한 것은 12월 말이 다 되어가도록 눈다운 눈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동네 풍경

나는 비가 올 때마다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건 눈이었어야 해."

하지만, 비가 오는 날마다 어김없이 포근했고 비는 비로 오고 말았다.

나는 또 중얼거렸다.

"겨울이 겨울다워야 겨울인데, 이러면 안 되는데."


12월 24일 토요일 아침, 드디어 눈이 내렸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와 달리 눈은 소리 없이 오는 거라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파트 창밖으로 바라본 세상은 이미 흰색 눈으로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점심을 먹고 미뤄온 파마를 하러 집을 나섰다.  

하얀 눈도 눈부시지만 파랗게 쨍한 하늘도 눈부셨다. 


놀이터를 지나는데 눈사람들이 나를 맞았다. 오랜만에 온 함박눈이라 모두들 뛰쳐나와 만들었을까? 주차장에도 공원에도 놀이터에도 눈사람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낙엽과 나뭇가지, 심지어 스티커까지 동원한 개성 있는 눈사람을 보자니 절로 마음이 유쾌해졌다.

' 메롱~'  나뭇잎 메롱이 너무나 귀여운 눈사람. 아마도 강아지?
세 마리에서 다섯 마리로 늘어난 눈오리. 엄마와 눈오리를 만들고 있던 어린 자매가 내가 사진 찍는 것을 보더니 만들고 있던 눈오리를 슬그머니 눈사람 밑에 놓아주었다.


절로 미소가 나오는 푸짐한 미소의 눈사람
루돌프 뿔의 삼단 눈사람. 이건 울라프가 분명해! 눈사람 볼에 붙어있는 스티커는 눈사람을 만든 어린이의 이름일까?
측백나무 수염이 멋진 가족 눈사람


매거진의 이전글 크리스마스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