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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Mar 23. 2024

6장 부와 풍요의 여신 ‘현빈’

애쓰지 않아도 무한히 작용하니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본문


죽지 않는(영원한) 계곡의 신을 가리켜 ‘현빈’이라 부른다. 현빈이 드나드는 문을 하늘과 땅의 근본이라 부른다. 있는듯 없는듯 해도 면면히 이어지니 애쓰지 않아도 무한히 작용한다.



해설


5장에 이어 6장에서도 노자는 이 세상이 가진 무한한 작용에 대해 말하고 있다. 노자는 계곡의 신을 ‘현빈’이라 부르며, 결코 죽지 않는다고 보았다. 죽지 않는다는 것은 고갈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계곡은 풍요롭다. 계곡엔 물이 많아 나무가 잘 자라고 다채로운 동식물의 서식지가 된다.


'현빈’의 ‘빈’은 암컷을 가리키는데, 암컷은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존재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대지를 담당하고 있는 신은 여신 데메테르이다. 데메테르는 대지에서 자라는 곡물, 특히 밀의 성장과 땅의 생산력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밀 이삭으로 만든 관을 쓰고 손에 횃불이나 곡물을 든 모습으로 표현된다.


고대로부터 여성은 부와 풍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현대 사회에서 홀대 받는 여성성과는 반대이다. 타로의 메이저카드 중 하나인 여황제의 이미지를 보면 울창한 숲과 콸콸 물이 넘치는 장소에서 평온하게 앉아있다. ‘현빈’의 이미지에 딱 어울린다. 여황제 역시 데메테르를 상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또다른 타로 메이저 카드인 남자 황제는 군림과 권위를 상징한다. 그의 눈초리는 늘 불안하다. 누군가 자기자리를 노릴까 노심초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제는 딱딱한 의자에 앉아있고 뒤의 산은 황폐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튼튼한 갑옷을 입고 있다. 지배와 전쟁, 그것은 넘치는 풍요와 반대이다.


그리하여 현빈이 드나드는 문을 하늘과 땅의 근본이라 부른다. 있는듯 없는듯 해도, 다시 말해, 황금이 쏟아지거나 화려함으로 가득차 있지 않더라도, 계곡에는 모든 생명이 마실 물이 충분하고 수풀이 가득하니 어디든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다. 존재 자체가 본래 가진 풍요로움이 있으니 애쓰지 않고도 모든 것을 이롭게 만든다.


과거에는 동네마다 실개천이 있거나 우물이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물이 철철 넘쳐 흐르진 않더라도 그 정도의 물이면 농사를 짓고 빨래를 하며 밥을 지어먹을 수 있다. 그래서 끊기지 않고 마르지 않은 채로 꾸준히, 어쩌면 영원히 생명의 근원이 될 수 있다. 한 마디로, 그 정도면 됐다, 또는 먹고살만 하다.


단, 누군가 독차지 하지만 않는다면!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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