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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Mar 24. 2024

7장 이 넓고 끝없는 세상에서

좋은 바람에 마음을 실어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본문


하늘은 장대하고 땅은 영구하니 이는 자기자신을 위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에(하늘과 땅처럼 살아가는) 성인은 뒤에 머물더라도 앞에 내세워지고, 자신을 하찮게 여기더라도 보존할 수 있다. 이게 다 사사로운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자신의 뜻대로 모두 이룰 수 있다.




해설


천장지구. 하늘은 장대하고 땅은 영구하다는 뜻이다. 하늘은 가없이 크고 넓으며, 땅은 한없이 길고 끝없다. 여기에서 하늘과 땅은 곧 우주이다. 무한한 시공간으로서의 우주.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한없고 가없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문장이다. 과학적 도구가 없었지만 옛 사람들은 관찰과 사색과 직관으로 이 세계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었다. 참 멋지지 않은가.


1장에서 보았지만 이러한 무한의 세계 또는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또는 나는 그저 티끌에 불과한 존재이다. 툭 치면 사라지고 후 불면 날아가는, 그런 존재. 물론 한없이 미약한 존재라 해서 그 존재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원과 무한의 세계에서 당신은,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묻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라는 의도를 담고 있기도 하다. 똘스또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은 그런 의미에서 명작이다. 내용도 그렇지만 그보다 이 질문 자체가 더 중요하다 본다. 여기엔 나는 왜 사는지, 무엇으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떻게 살 것인지 등, 여러 질문의 변주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질문들은 인생의 본질을 가리킨다.


그렇다. 이 덧없는 세상에서 무엇을 구하기 위해 그리 애쓰는 것일까. 돈을 더 벌기 위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왜 아등바등 거려야 하는가. 한편으로 아등바등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정말로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도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삶엔 정말 답이

없는 것일까.


이 무한의 시공간에서, 끝도 없는 이 우주에서 유한의 삶을 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훌륭하고 안전한 길은, 어쩌면 우주에 기대는 일이다. 내뜻대로 되지 않아 사주를 보고 타로를 보는 이유도 마찬가지 아닌가. 내가 알 수 없는 외부의 힘이 무엇인지 궁금하기에. 그런데 거기에 도달할 가장 단순하고 빠른 방법은 결국 사사로움을 버리는 일에서 시작한다며 노자는 강조한다.


노자는 오직 자기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심을 버리고 보편성에 의거해 살아가라고 주문한다. 자기자신을 위해 살지 않는 공명심. 5장에서 보았듯 하늘과 땅은 누구에게든, 그 어떤 존재에게든 똑같이 대한다. 그렇다면 결국 자기자신을 온전히 보전하고 그것을 넘어 자연스레 남에게 떠받들어지고 존중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성공할 수 있다.


사사로움이 없는 마음, 그것은 곧 좋은 바람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더 좋은 곳에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을 짓고, 물건을 팔더라도 사는 사람이 그 물건을 소유해서 기분이 좋도록 하고,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란 믿음으로 하는 것, 바로 그런 자세, 그런 마음, 그런 태도이다.


‘마음을 곱게 써라’라는 말처럼.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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