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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Mar 30. 2024

8장 물처럼 살아라 그런 사람이 되어라

여유롭고 유연하게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본문


물보다 더 좋은 건 없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할 뿐 다투지 않는다. 모두가 꺼리는 곳에 처해있으므로 오히려 도에 가깝다. (도에 따르는 사람이/과) 머무르면 그 땅이 좋아지고(경기가 좋아지고), 마음을 쓰면 못과 같이 맑아지며, 함께 있으면 인품이 좋아지고, 말에는 신뢰가 두터워진다. 정치는 알아서 이루어지고, 모든 일에 능해지며, 모든 행실이 때에 맞게 이루어진다. 다툼이 없으니 뒷탈도 없다.



해설


상선약수.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다시 말해, 물보다 더 좋은 건 없다. 그리고 그 물은 도에 가장 가깝다. 고대인들에게 ‘도’는 삶의 원리이자 법칙, 진리이자 진실이며 선함이자 아름다움이다. 곧 진선미. 이를 대표하는 사물로 ‘물’을 꼽은 것은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리라. 가르침을 전할 때 누군가에게 비유를 들기에도 가장 좋다.


물은 이롭다. 농사를 짓던 당시에 물이 가장 중요했을 터. 물은 모두가 꺼리는 곳에도 아무렇지 않게 있을 수 있다. 깨끗함이나 더러움을 가리지 않고, 낮은 곳이나 높은 곳도 가리지 않는다. 진흙탕에 들어가 그곳을 맑게 하고, 나쁜놈 몸에 들어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마치 적군 아군을 가리지 않고 돕는 사람처럼.


사람들은 대개 높은 곳을 쳐다보고 더러운 곳을 피한다. 낮은 곳에 있고 싶은 사람도, 더러운 곳에 있고 싶은 사람도 적다. 하지만 삶이 어디 그러한가. 때론 꾸중물도 더러는 똥물도 뒤집어쓰는 게 인생이다. 더군다나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라면 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가릴 것 없이 이끌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종교인들은 낮은 곳에 처하라고, 그런 마음을 가지라고 말한다. 진짜 종교인은 또 그런 마음으로 수행을 하며 살아간다. 그래야 세상을 살리기에. 또한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언제든 자기가 바라지 않았던 상황과 뜻하지 않은 결과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의 의지로만 살 수 없는 세상이기에.


역설적으로 물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기에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 것은, 곧 사사로움이 없다는 의미이다. 물은 어느 용기에나 담을 수 있다. 둥근 용기엔 둥글게, 네모난 용기엔 네모나게, 어떤 형태로든 변할 수 있다. 물은 유연하다. 무엇보다 몸만 유연한 것이 아니라 마음도 유연해야 한다. 그러하기에 또한 모든 것을 이롭게 할 수 있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몸은 유연해도 마음이 유연하지 못하거나 마음은 유연한데 몸이 유연하지 못하기도 하다. 몸이 유연하지 못하면 부상을 당하기 쉽고, 마음이 유연하지 못하면 상처를 받기 쉽다. 나아가 스트레스도 많이 생긴다. 당연히 몸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마음이 유연하기 어려운 이유는 -도덕경에서 계속 등장하지만- 자기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난 이런 사람이야’ 또는 ‘난 상처받기 싫어’, ‘난 질 수 없어’, ‘내 말을 듣게 만들겠어’ 같은 마음들이 그것이다. 그래서 서로를 힘들게 만든다. 상대는 날 지배하기 위해, 난 상대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 혹은 그 반대도 그렇다.


현대 사회에는 이런 것이 강해져 가스라이팅이나 혐오 또는 집단 따돌림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신감도 자존감도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또 그런 이들이 상처를 받아 은둔형 외톨이가 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그런 마음들을 감추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기도 한다. 그런 현상이 짙어져 범죄로 이어진다.


개인이 유연해져야 사회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정치도 알아서 이루어질 수 있다. 모든 일에 능하고 모든 행실이 때에 맞는 것도 자기를 먼저 고려하지 않고 타인을 먼저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배려이자 공감이고 반성이다. 유연하고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리더의 자세이기도 하다.


불교에서는 노자가 말하는 물이 ‘연꽃’에 해당한다. 흑탕물에서 아름답게 피는 연꽃은 곧 중생과 함께하는 부처의 마음이다. 혼자 깨달아 혼자 잘 살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늘 중생 곁에 있겠다는 확고한 의지. 더럽고 낮은 곳을 가리지 않겠다는 마음. 이렇게 중생과 함께 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는 것이 곧 깨달음이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성인 옆에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깨끗해진다. 말에도 기품이 스며든다. 이를 가리켜 옛사람들은 ‘교화’라고 불렀다. 한 사람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세상과 사람을 좋은 방향으로 돌려 세우는 일. 난의 향기가 그렇다. 꽃을 피우기가 정말 어렵지만, 그 꽃이 한 번 피어오르면 그 공간에 난 향기로 가득찬다.


그런 사람이 되어라. 물처럼 되어라. 마음에 여유와 유연함을 가져라. 그것이 곧 부와 풍요이니.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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