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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pr 06. 2024

10장 현람(내면의 거울)과 현덕(지극한 덕)

맑은 마음과 순수한 의도로 온힘을 다하다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본문


혼백(정신과 육체)을 하나로 모아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는가. 기를 오롯이 모아 부드러움에 이르름이 갓난아기와 같을 수 있는가. 현람(존재의 본질을 비추는 내면의 거울)을 깨끗이 하여 티끌이 묻지 않게 할 수 있는가.


백성을 아끼고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무위로 할 수 있는가. 하늘의 문을 열고 닫음에 있어 암컷처럼(생명을 잉태하고 먹여 살리며 희생을 감내하는) 할 수 있는가. 사방(온 세상)을 비추는(가르치는) 데 있어 무지로 할 수 있는가.


낳고 기르지만, 낳아도 소유하려 하지 않고,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더라도 기대지 않으며, 기르더라도 지배하지 않으니, 이를 일컬어 현덕(지극한 덕)이라 부른다.



해설


현덕.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덕. 바꾸어 말하면 아주 극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덕. 그만큼 얻기 어려운 덕. 하지만 그 덕을 갖는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다만, 그 덕을 갖기 위해서는 희생을 해야 하고 절제를 해야 하며 마음가짐을 조심하고 욕망을 경계해야 한다. 평생을 그래 살다가도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이기에, 참 어려운 일이다.


혼백은 정신과 육체, 마음과 몸을 뜻한다. 기운을 오롯이 한다는 것은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 다시 말해, 각성하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내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상태이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인지를 묻지 말고 내가 뭘하는지 왜 사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신 바짝 차리고 살란 의미이다.


노자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비유 중 하나인 갓난아기를 보면 그렇다. 온힘을 다해 운다. 아니, 울음 그 자체이다. 힘을 들이지 않는다. 힘을 들여 울면 그렇게 울 수가 없다. 제아무리 힘쎈 장사라 해도 수십 분을 힘쓰라 하면 쓸 수가 없다. 울음이 곧 놀이. 노는 데에는 힘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게 놀이처럼 우니 또 울고, 또 울 수 있다.


애쓰면 딱딱하고 결코 부드러울 수 없다. 힘을 쓰지 않거나 힘을 빼야 부드러워진다. 힘을 쓰면 원하는 과녁을 맞출 수 없고 힘을 오래 지속시킬 수 없다. 피아노를 치든 바이올린을 켜든 힘을 빼야 좋은 연주가 가능하다. 모든 것이 원만하게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두고 노자는 ‘부드러움’으로 표현했다. 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 에너지가 오롯이 쓰이고 있다는 의미. 에너지 손실 없는 100%. 딴짓 그만하고 할일에 집중하란 노자의 잔소리.


더 나아가 노자는 현람(내면의 거울)을 통한 자기반성을 요구한다. 마음을 맑게 하라는 의미. ‘거울’은 자기반성을 상징한다. 자기 내면의 더러움은 본인이 가장 잘 안다. 반성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은 반성할 수 있는 존재이다. 더욱이 노자의 거울은 ‘현람’이다. ‘현’은 ‘신비로움’이다. 거울 중의 거울로 가장 투명한 거울이다. 궁극의 덕인 현덕은 궁극의 거울인 현람에 비춰 티클 하나 없을  정도 돼야 얻을 수 있다.


노자는 강하게 밀어부친다. 갓난아기처럼 온전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을지 묻는다. 백성을 아끼는 데에도 이처럼 할 수 있는지 묻는다. 현람에 자신의 내면을 비추듯 온전히 순수한 마음으로 백성을 대할 수 있을지 묻는다. 약간의 이기심도 조금의 욕망도 없이 진정 백성이 잘 될 수 있는 마음인지 묻는다. 그 정도의 마음가짐이라야, 그 정도의 덕이라야 지도자의 자질이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그 방식은 무위, 암컷, 무지이다. 무위란 순수한 의도를 갖는 마음가짐으로 무리없이 무언가를 행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암컷이란 6장에 등장하는 부와 풍요의 여신인 ‘현빈’과 같다. 모든 생산과 탄생의 근원. 그리고 무지란 순박한 마음이라 할 수 있다. 분별 없는 마음이기도 하다. 너와 나를 구분짓는 대신 잘난놈 못난놈 없이 껴앉는 것을 의미한다.


노자는 이러한 현덕을 지닌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인격에서나 능력에서나 뛰어난 사람인 철인(단순한 철학자가 아니다) 플라톤이 제시했던 철인 정치와 매우 유사하다. 노자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하는 사람이란 이미지이다. 장자는 딱 그러한 이미지이나 노자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노자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다.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진정 세상 모두를 성장시키고 그들에게 이익을 주는 일이라면,  비록 희생을 하고 고생을 하더라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말고 조금의 억울함도 없이 하라고. 그러면 하늘과 땅이 이 우주가 그것을 알고 언젠가는 그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줄 것이라고. 그런 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성공에 이를 것이라고. 그리고 그런 그가 모든 이들(존재들)을 부와 풍요로 이끌 것이라고.


공자는 이를 두고 ‘진인사대천명’이라 표현했다. 사람일에 최선을 다하고 천명을 기다리라는 뜻. 다시 말해,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해 본 후에, 할 거 다 하고 할만큼 다한 후에야, 그에 따른 보상을 기다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천명이란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고 그 일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일을 압축한 표현인데, 그것은 곧 세상이 주는 덕이고 복이기도 하다.


기업가도 마찬가지이다. 직원과 함께 가려는 기업이야말로 더 큰 성장을 이루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교세라 창업주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말한 것처런 진정 직원의 성장과 행복을 위하는 기업가라야 직원들도 그를 따라 움직일 수 있다.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이 진정 직원들에게도 성장의 기회를 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일, 이때 노자가 말한 것처럼 온힘을 다해 진실한 마음을 다해야 한다.


이처럼 노자는 앞에서 보았던 ‘성인(노자가 생각하는 이상적 인간 또는 지도자)’이 세상을 이끌 것이라고, 세상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누구든 성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열망을 가진다면, 그런 대담한 마음을 가진다면, 그런 용기가 있다면, 정신 바짝 차리고 한 번 해보겠다 덤벼든다면, 가능할 거라고, 이루어낼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하고 독려한다.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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