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시락 Apr 13. 2024

12장 자극과 중독을 찾는 권력자

현대 시민의 역할을 되새기며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본문


다섯 가지 색깔이 사람을 눈 멀게 만들고,

다섯 가지 음이 사람을 귀 먹게 만들며,

다섯 가지 맛이 사람 입맛을 상하게 만든다.

말을 타고 사냥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고,

구하기 어려운 재화 때문에 사람의 행실이 천박해진다.

그리하여 성인은 배(근본, 필요)를 위하지 눈(지엽, 욕망)을 위하지 않는다.



해설


‘자극과 중독’의 장. 12장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 오늘날의 사회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먹방이나 챌린지와 같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일명 ‘숏폼’이 유행하고, 도박이나 마약에 중독되어 인생을 망치는 일 같은 것 말이다. 다들 자극에 목말라 있고 점점 더 큰 자극을 느끼고 싶어한다.


몰입과 중독은 큰 차이가 있다. 둘 다 본인의 선택이지만 본인의 의지로 그것에서 빠져나올 수 있느냐에 있다. 몰입은 자발적이나 중독은 의존적이다. 무엇보다 생산적인 일이냐의 차이도 있다. 몰입은 생산적이지만 중독은 소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독은 자신을 해한다.


오색이란 청, 적, 황, 백, 적을 뜻한다. 원래는 우주의 다섯 가지 기본 요소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데 특정한 방위, 계절을 나타낸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눈을 기쁘게 하는 것들, 다시 말해 온갖 사치품이라 볼 수 있다. 백성들이야 한겨울에도 홑옷 하나 걸치고 다니든 말든 색색형형 비단옷을 차려입고 치장하는 데 빠져있는 것을 가리킨다.


오음이란 중국 전통 음악에서 사용하는 오음계, 곧 ‘궁상각치우’의 오음계를 뜻한다. 이것만 본다면 음악의 요소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향락에 빠진다는 의미이다. 왕이나 귀족이 매일 잔치를 열어 음주가무에 푹 빠져있는 것을 가리킨다. 정사는 제껴두고 매일 연회를 여니 나라꼴이 잘 될 리 없다.


오미란 다섯 가지 맛으로,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을 뜻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라 보면 될 것이다. 왕이 전국에서 올라오는 진상품을 맛보느라 정작 해야할 일에 한눈을 파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오늘날의 명품 싹쓸이 쇼핑으로 볼 수도 있다(이저기부터 저어기까지). 게다가 말타고 사냥하고 귀중품을 모은다고 여기저기 기웃하는 일까지.


노자는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에게 경고를 날리고 있다.눈은 화려한 것을 찾고, 입은 맛나는 것을 찾으며, 귀는 사탕발림에 넘어가고, 몸은 신나는 것에 넘어간다. 그런 자극적인 것들에 길들여지면 답이 없다. 허랑방탕한 생활에 민생은 파탄이 나고 백성들의 등골은 휘어지고 결국엔 그렇게 나라가 망하는 것은 역사책에서 수없이 본 장면이다.


한마디로 딴짓 말고 본인 할일에 충실하라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인은 근본이 되는 뼈와 배를 중요시한다. 3장에서도 보았듯 성인의 정치는 탐욕을 줄이고 생활의 기본을 중요시한다. 8장에서 보았지만 물이 지닌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담담하다는 데 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것이 물이다. 지도자는 그런 존재여야 한다.


노자는 지도자인 왕족과 귀족들에게 들뜨고 천박해지기보다 차분하고 천박하기보다는 우아해지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그리 차분하고 우아했던 지도자가 얼마나 되는가. 백성을 수탈하고 백성에게 폭력을 가하며 자기 멋대로 정치를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한 국가의 부와 풍요(경제)는 정치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노자가 살던 비슷한 시기,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한 것은 부를 축적한 중산 계급이 자신들의 정치적 권리를 요구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쟁을 치르며 희생한 만큼, 나라의 예산을 지탱하는 예산을 감당한 만큼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의미였으니까.


인류의 역사는 제할일 못하고 제역할 못하는 지도자들을 견제하고 그 정치적 권력을 헌법과 다양한 제도를 통해 제어해 왔던 과정이기도 했다. 시민혁명을 거쳐 탄생한 현대 정치에서는 시민이 정치의 중심이다. 시민은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이고, 정치 참여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시민의 할일과 역할도 명확하다.


과거의 권력자들과 똑같은 부류가 되지 않기 위해, 더 나은 주권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 이상 노자의 당부.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이전 11화 11장 모양새와 쓰임새 사이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