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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pr 14. 2024

13장 총애나 모욕은 한몸이니  

정신적 가치와 자산의 중요성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본문


총애나 모욕을 똑같이 놀란 듯이 대하고, 귀함과 큰 근심을 내 몸처럼 대할 수 있는가. 총애는 위로 향하고(윗자리 / 위로 끌어올리고) 모욕은 아래로 향하나(아랫자리 / 아래로 끌어내리니), 얻을 때도 놀라고 잃을 때도 놀라니, 이것이 곧바로 ‘총애나 모욕을 똑같이 놀란 듯이 대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귀함과 큰 근심을 한 몸처럼 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 큰 근심이 생기는 까닭은 내 자아(몸 / 에고)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나에게 자아(몸 / 에고)가 없다면 어찌 근심이 생기겠는가.


그러므로 자신을 대하듯 세상 사람들을 귀하게 여길 수 있다면 이 세상을 맡길 수 있고, 자신을 대하듯 세상 사람들을 애틋하게 여길 수 있다면 이 세상을 맡길 수 있다.



해설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다. 기쁜일이 슬픈일이 되고 슬픈일이 기쁜일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좋은일, 나쁜일, 기쁜일, 슬픈일이 마구 뒤섞여 일어나는 인생인데, 인생 전체로 보면 저것이 이것이고 이것이 저것이다. 크고 작은 일이 있다 해도 인생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수평선처럼 주욱 그을 수 있기도 하다. 돌아보면 별 거 아닌 것처럼.


2장에서 보았듯 어떤 관점이냐에 따라 이것이 저것이 되고 저것이 이것이 되기도 한다. 삶을 하나의 전체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미. 때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빠져나온 느낌으로 나와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높은 산과 깊은 바다도 멀리서 보면 아무 굴곡이 없는 것처럼,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그냥 둥글고, 더 먼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그냥 먼지에 불과하다.


총애나 모욕도 마찬가지이다. 온갖 굴욕을 겪다가도 어느날엔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에 가 있기도 하고, 정승의 개가 죽으면 문상을 가도 정승이 죽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 말처럼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노자는 묻고 있다. 권력을 그렇게 볼 수 있는지를. 아무것도 아닌 것마냥 대할 수 있는지를. 얻어도 잃어도 담담할 수 있을지를.


그런 마음이라면, 그런 사람이라면, 세상 사람들을 자신처럼 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자신을 대하듯 세상 사람들을 귀하게 여길 수 있다면, 이 세상을 맡길 수 있고, 자신을 대하듯 세상 사람들을 애틋하게 여길 수 있다면 이 세상을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과 같은 의미이다.


그렇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꼴보기 싫은 사람들 천지, 이 속에서 어떻게 그런 태도를 가질까. 매일매일 갑갑할 뿐. 그래서 좀 무던한 자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물론 화가 나고 짜증나는 일이 많겠으나,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내버려두고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조금은 자신을 내려놓고 말이다. 일상이라고 다르진 않다.


물론 노자는 이런 세세한 이야기들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노자는 기준이 높은 사람이다. 노자가 제시하는 기준을 충족하기란 어렵다. 공자나 맹자 정도면 가능하다. 조선에서는 이순신이나 정약용 정도가 가능하고 가까이는 법정 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 정도가 가능하다. 그 정도 돼야 누구든 귀하고 애틋하게 여길 테니.


이런 정신적 자산들도 결국 인간의 삶에 중요한 부요, 풍요이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 정신적 가치가 올바르게 잡혀야 신뢰가 생긴다. 이렇게 행동하면 그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정도 했으면 최소한 인간적 이쁨은 받을 수 있다, 이만하면 한 인간으로서 잘 살고 있다, 그런 마음이 절로 드는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상태 말이다.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 너 하나 사라져도 대체할 사람 많다는 믿음, 믿을 수 있는 건 돈 밖에 없다는 믿음이 팽배하면, 돈이 사라지거나 돈이 없을 때 사람들이 극단의 선택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그렇다. 온통 돈 이야기다. 세상이 그래서 그렇기도 하지만 세상이 그런 믿음을 가져서 그렇기도 하다.


흔히 ‘할머니 품’이라 부르는 그런 느낌. 그것을 바라는 이유는 할머니는 그저 안아주고 베풀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이 곧 노자가 말하는 ‘성인’이다. 나라가 어렵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건 결국 사람 뿐이다. 하지만 그 사람마저 무너지면 세상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그래서 정신적 가치, 그러한 자산이 중요하다.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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