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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pr 07. 2024

11장 모양새와 쓰임새 사이에서

자신만의 쓰임이 곧 세상의 쓰임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본문


서른 개의 바퀴살이 모여 하나의 바퀴를 이루는데, 그 무에서 수레의 쓰임이 생겨난다. 찰흙을 반죽하여 그릇을 만드는데, 그 무에서 그릇의 쓰임이 생겨난다. 들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그 무에서 방의 쓰임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유에서 그 모양새(이로움)가 생겨나고 무에서 그 쓰임새가 생겨난다. .



해설


실생활의 의식주를 예로 든 재미난 장이다. 노자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어느 한 측면에서 보자면 사람들이 간과하는 삶의 진실을 알려준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집을 사는 까닭은? 바로 집 자체가 아니라 그 집이 갖는 공간, 더 나아가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그 집이 위치한 생활공간을 구매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울에 살고자, 강남에 살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집이 위치한 일대를 자신의 생활공간으로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바로 돈이 모이는 곳이고, 부와 풍요가 넘치는 곳이다. 모든 마트와 모든 백화점과 모든 학교와 모든 공공기관과 그에 딸린 모든 시설이 모여 있는 곳, 그래서 돈만 있다면 마음껏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곳.


물론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삶의 안정을 위해 지방으로 생활공간을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수레를 소유하고, 집을 소유하고, 방을 소유하는 것보다 수레가 갖는 이동성, 집이 갖는 안전성, 들창이 갖는 환기성이 중요하고, 그 이동성, 안정성, 환기성은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다. 물질적 풍요와 마음의 풍요는 상대적이다.


서른 개의 바퀴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모여 바퀴를 이루고, 그 바퀴가 갖는 쓸모가 생긴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서울’도 하나의 상징이고 ‘강남’도 하나의 상징이다. 그 땅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곳에 있는 아파트와 빌딩과 상점과 학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이 모여 이루는 부와 풍요로 상징되는 거대한 힘과 에너지가 중요하다.


노자는 바로 이 거대한 힘과 에너지를 ‘무’라고 표현했다. 전통적으로 11장은 유(가시적인 / 감각할 수 있는 / 보다 물질적인)보다 무(비가시적인 / 감각할 수 없는 / 보다 비물질적인)가 더 중요하다는 내용으로 해석해 왔다. 철학적으로 보자면 이것이 갖는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철학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삶에 있어 더 본질적이고 더 핵심에 가까운 것을 찾고자 하니까.


이런 점에서 삶의 방향성 문제로 접근해 볼 수 있다. 차(바퀴)를 소유하고, 사치품(그릇)을 소유하고, 집(방)을 소유했는데도 왜 사람들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할까. 사업을 하고 전문직에 종사해서 돈을 많이 버는데도 마음은 늘 불안할까. 이는 방향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목적 또는 가치가 필요하다. 노자가 말하는 이동성, 안전성, 환기성이 곧 방향성에 해당한다.


무엇을 소유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먹고 살기 위해 어떤 직업을 선택했는데 시간이 흘러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고인물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릴 때 꿈이 대통령이서 대통령이 되었는데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대통령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이상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방향성을 가질 수 있다. 어떤 수레를, 어떤 그릇을, 어떤 방을 만들 수 있을지 아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실현해야 할지도 알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만큼, 그것을 사회적으로 좋은 가치로 만들어가야 한다.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때 자기도 성장하고 세상도 성장시킬 수 있다.


장자는 굽은 나무는 굽어서 천수를 누릴 수 있다고 보았다. 곧은 나무는 나뭇꾼이 다 잘라가 버리니까. 누구에게나 자기다움이 있단 의미. 오래 살아남은 나무는 자기를 온전히 보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나무들에게 영향을 주고, 많은 사람에게도 의미를 줄 수 있다.


자기의 가치를 깨닫는 것 자체가 무한한 힘이고 에너지이며, 곧 부와 풍요로 연결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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