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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Mar 31. 2024

9장 과하지 않은 삶의 방식

적당함을 찾아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본문


이미 가졌는데 더 채우려 하면 그만두는 것만 못하고, 이미 날카로운데 더 벼리려 하면 오래 보존할 수 없다. 금은보화가 집안에 가득한데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것과 같다. 부귀한데 교만하면 스스로 허물을 남길(자멸할) 뿐이다. 공을 세운 후에는 몸을 물리는 것이 하늘의 도(세상의 이치)이다.



해설


공자의 과유불급이 떠오르는 9장이다. 지나친 것보다 미치미 못함이 낫다는 뜻. 논어 선진편에서 어느 날 자공이 공자에게 사와 상 중 누가 더 나은지 묻자, 공자가 말하길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한다 대답했다. 그러자 자공이 사가 더 낫느냐 묻자 공자는 ‘과유불급’이라 대답했다. 곧 상이 더 낫다는 의미.


배부르면 숟가락을 놓아야 하고 선을 넘을듯 말듯 할 때 멈추어야 한다. 그럼에도 한발짝 더 나아가다 무너지거나 망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관계를 보면 그렇다. 더 친해지려 하다 오히려 불편해지고, 살짝 먼 관계를 유지하려다 관계가 완전히 깨지는 경우가 있다. 관계엔 거리와 시간이 필요하나 그것을 한 순간 뛰어넘으려다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


자리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능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좋은 자리를 탐내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조금 더, 조금 더 하다 무리를 하게 되고 무리를 하는 순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도 한다. 무능하고 능력 없는 사람이 자기 그릇의 크기는 생각지 않고 더 큰 자리를 바라면 모두가 힘들어지고 본인 역시 큰 곤경에 처한다.


노자는 부귀하면 교만하지 말라 하고, 공을 세우면 몸을 물리라고 말한다. 겸허함을 가지라는 의미. 한 사람이 가진 자아의 크기만큼 살림의 규모가 맞아야 문제가 없다. 좋아 보이는 것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뒤따르지만 사람들은 좋아 보이는 것은 갖고 싶고 그에 따른 책임은 회피하고 싶어한다. 사회에 정의가 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 모두가 적당한 때와 적당한 양을 구분할 줄 알면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겠으나, 적당한 선에서 그만두고 멈출 줄 아는 지혜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 갖기 전에 더 나아가기 전에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감당할 수 있을지. 감당한다면 얼마나 가능할지. 거기에서 ‘적당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진 것마저 잃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적당한 때와 적당한 자리(장소)를 아는 사람이라면 곤란한 일을 겪지도 그런 상황을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사람은 다양해서 어떤 사람은 먼저 저지르고 뒤에 수습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저지르기 전에 신중히 행동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더 낫다기보다 그러부터 배우고, 이에 대해 사색하며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공자는 이런 적당함을 ‘적중’이라 표현했다. 중용에서 공자는 화살의 비유를 들어, 과녁을 맞추는 것에 더함도 덜함도 없는 상태가 ‘중’이라 말했다. 그리고 그 ‘중’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용’이라 보았다(합쳐서 중용). 다시 말해, 더함도 덜함도 없는 그런 상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계속되는 자아 성찰과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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