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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pr 21. 2024

15장 신통방통한 사람이란

누구나 신통방통하게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본문


예로부터 훌륭한 선비는 신통방통하여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도저히 설명할 길 없지만 굳이 묘사하자면, 그 머뭇거림은 겨울에 강을 건너는 듯 조심스럽고, 그 망설임은 주변 이웃을 두려워하는 듯하며, 그 엄숙함은 손님을 대하는 듯하고, 그 풀림은 얼음이 녹는 듯하며, 그 두터움은 통나무와 비슷하고, 그 트임은 골짜기와 같으며, 그 섞임은 혼탁한 물과 같다.


누가 흐린 물을 고요히 하여 서서히 맑게 할 수 있겠는가. 누가 편안히 오래도록 움직여 서서히 생겨나게 할 수 있겠는가. 도를 지키는 사람은 가득 차게 하지 않으니, 오직 채우지 않기에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아도 (모든 것을) 잘 덮을(막을, 보완) 수 있다.



해설


미묘현통. 온 사방에 통달했다는 뜻. 그래서 ‘신통방통’이라고 번역했다(어릴 때 동네 어르신들이 자주 했던 말인데 왠지 좋은 느낌). 훌륭한 선비가 딱 그렇다. 여기에서 ‘방통’이란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에 버금가는 책사인 바로 그 사람이다. 다만 제갈량만큼의 비중이 아니다보니 조연처럼 보이지만, 아직까지 이런 말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신통’이란 한 인간이 가진 영적이고 지적인 능력이 하늘과 땅에 통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말했다. 설명이 어렵지만 굳이 몇 가지를 묘사하여 친절히 풀어놓았다. 아마도 노자가 스스로 자신을 묘사한 것인지도 모른다. 노자는 오늘날까지도 성인으로 추앙받는 사람 중 하나니까. 설명이 어렵다지만 하나씩 살펴보는 재미를 가져보자.


신통방통한 사람은 고양이를 닮은 사람이다. 머뭇거리고 멍설이는 모습이 그렇다. 그는 섬세하면서도 융통성 있는 사람이다. 항상 조심스럽고 배려하며 넉넉하고 아량이 넓다. 진지하고 공손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지만 소탈하고 농담 정도는 하고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풀림은 얼음이 녹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스르륵. 화가 나도 금방 푸는 그런 사람. 꿍하지 않는 사람.


한편으로 두터운 나무와 같은 사람이어서 단단하기도 하고 기댈만한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지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성숙한 사람이다. 그 시야는 넓어 골짜기와 같이 광활하면서, 누구랑도 잘 어울리니 혼탁한 물과 같다 표현했다. 섞인다 해서 까맣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만의 색깔을 지니면서도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다(좋은 건 다 갖췄다).


그래서 신통방통한 사람은 흐린 물을 서서히 맑게 하는 사람이기까지 하다. 그것도 갑자기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물들이게 한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이 물드는 일이다.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바뀌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 안 들이고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기도 하다. 마치 남들이 잠든 밤에도 일을 해서 기적을 이루는 사람마냥.


그러니 신통방통할 수밖에.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노자의 말에 따르면 오직 채우지 않아서 가능하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아도 모든 것을 잘 덮을 수 있다 말했다. 외래어로 ‘커버한다’는 그 의미. 넉넉하게 준비했으니 새로 뭔가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나누어주고도 남는 상황. 화수분 같은 사람이다. 퍼고 퍼고 또 퍼내도 계속 나오니까.


맹자는 이렇게 신통방통한 사람을 대장부라 일컬었다. 맹자는 “대장부라면 세상에서 가장 넓은 곳에 살고, 세상에서 가장 바른 자리에 서며, 세상에서 가장 큰 도를 행한다. 뜻을 얻으면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뜻을 얻지 못하면 혼자 그 길을 간다. 부귀한 것을 보더라도 음탕함에 빠지지 않고, 가난하고 천한 상황이라도 지조를 잃지 않으며, 위엄과 힘(권력)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맹자와 노자가 말하는 신통방통한 사람은 조금 달라 보이긴 해도 결국엔 사람을 배려하고, 스스로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며, 품이 넓고 세상 걱정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찾기는 참 어렵다. 세상도 무섭게 변했고 점점 살기는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 필요한데 누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정말 답이 없는 것일까.


여기 우문현답이 있다. 조선에는 왜 인물이  없냐는 한 청년의 질문에 안창호가 그런 말을 했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 되라며, 왜 그 생각은 못하냐며.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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