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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pr 28. 2024

17장 있는듯없는듯한 지도자

알아서 이루는 정치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본문


(통치에서 가장 좋은 것은) 아랫사람들이 임금(주인)이 있다는 것만을 아는 일이고, 그 다음은 친하면서 떠받들게 하는 일이며, 그 다음은 두렵게 만드는 일이고, 그 다음은 업신여기게 만드는 일이다.


신뢰가 없으니(스스로 믿지 않으니) 불신이 가득할 뿐이다. 아무리 귀한 말이라도 멀리하고(그것에 빠지지 말고), (임금이) 공을 이루고 일을 완수하더라도 백성들 모두 스스로 자신들이 알아서 했다고 믿게 해야 한다.



해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지도자는 있는듯없는듯한 지도자이다. 그냥 자기일 하는 사람. 남에게 자기를 보여주려 하거나 증명하려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의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남이 나를 알아주든말든 관심이 없다. 백성들 역시 나라가 알아서 돌아가니 지도자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딱히 지도자에 대해 관심이 없다.


이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 없는 사람이, 일하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진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애쓰고 주변인에게 압박을 가하거나 상대방의 입지를 곤란하게 만든다. 다 자격지심이요, 못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 노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도자들이 나오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보니, 이후의 학자들은 다른 접근을 하였다. 조선 시대를 보더라도 장자가 왕이 된 경우도 적었지만 대다수의 왕들이 올바른 정치를 하기는커녕 백성들을 괴롭히거나 정신적으로 타락하여 정사를 돌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외척이나 간신배들의 중상모략도 있었지만.


한비자로 대표되는 법가는 법치주의를 통해 신하와 백성들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정치를 펼쳤다. 이 시기에는 왕의 권력을 제한하기 위한 현대적 의미에서의 법치주의가 아니라, 반대로 왕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법치주의였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진시황이었다. 그는 군현제를 실시하고 도량형을 통일하는 등의 정책으로 춘추시대의 혼란기를 마감하고 진 제국을 열었다.


서양에서는 마키아벨리가 있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강한 군주로서 나라를 통치하는 방법에 대해 담았다. 마키아벨리가 메디치 가에 받치는 것으로, 잃어버린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목적이 있던 책이었다. 신하를 다루거나 상비군의 필요성 등 실질적인 정치 방식을 제시하였는데, 무엇보다 통치를 위해 도덕을 버려도 된다는 주장을 하여 근대 정치학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자가 보았을 때 한비자로 대표되는 법가의 사상이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세번째와 네번째에 해당하는 지도자에 대한 생각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더 잘하면 두번째까지 올라갈 수 있다. 노자가 말하는 이상적인 임금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기에, 계속해서 정치 제도가 발달해 왔다. 문제는 있다 해도 오늘날 민주주의는 가장 발전된 정치 제도이다.


영국의 자유주의 철학으로 유명한 로크는 자연 상태(아무런 정치적 규율이 없는 무정부 상태)에서도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 보았다. 신이 인간에게 이성과 양심을 주어 완벽하진 않더라도 사람들이 선의를 바탕으로 서로 도움을 주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성과 양심이 살아있는 시민들은 잘못된 정치에 또한 저항할 권리도 있다.


오늘날의 시민들은 진정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훌륭한 지도자가 있다 해도 그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도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시민들을 업신 여기고 그들이 반발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두렵게 만들 지도자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게다가 차악의 선택이라는 정치인에게 아주 편한 면벌부도 있다. 상대적으로 나으면 차악의 선택이 될 테니. 더 못난 놈 중 하나를 고르라는 편한 말 대신, 최선을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더 낫겠지. 그것은 결국 시민들의 손에 달렸다. 그런 의미에서 노자가 말하는 백성은 이제 시민이 되었고, 17장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 알아서 했다고 믿게 하기보다,

우리 스스로 알아서 권리를 찾았다고.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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