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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May 04. 2024

도덕경 18장 대도(큰 원칙이나 기본 상식)가 무너지니

거짓과 사기가 판치는 세상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18장 번역 및 해설


본문


대도(큰 원칙 또는 기본 상식)가 무너지니 인의(규범이나 양심 따위)가 나타나고(강조하고), 온갖 지혜를 구하니 그곳에 거짓과 사기가 판을 친다.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기니 효도를 해야 한다 서로 아껴줘야 한다는 말을 하고, 나라가 혼란스러우니 충신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해설


시대는 변해도 세상살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확연히 보여주는 18장이다. 현대 사회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글이기도 하고. 그것은 다른 의미로 인류의 역사가 쭉 그래왔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인간이란 존재가 그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걸음, 한 걸음, 참 어렵게 변한다.


대도란 큰 원칙 또는 기본 상식이라 볼 수 있다. 원칙과 상식이 무너지니 인의와 같은 규범이나 양심 따위를 강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규범이나 양심마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가 문제이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면 문제가 생겨도 그에 따라 처리하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사회적 합의도 쉽고 잘잘못을 가리기도 낫다.


한국 사회는 현재 그 한계선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다들 원칙과 상식을 지켜달라 아우성이다. 공정함 또는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을 보더라도 그렇다. 어느 한 개인이 규범이나 양심을 지킨다고 공정함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어디에 호소할 곳도 없다. 정치권에서는 그저 이를 이용해 한자리 해먹으려는 모습만 보인다.


살아오면서 이대로 살면 괜찮을 것이다, 떳떳하게 살았고 정당히 노력해 왔으니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 여겨왔던 사람들에겐 허탈감과 박탈감을 안겨줄 뿐이다. 무엇보다 억울하고 그 억울함에서 분노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디다 풀 곳이 없으니 그런 것들이 하나 둘 쌓여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더욱이 거짓과 사기가 판을 치고 그것이 오히려 정당하고 공정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오늘날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테고, 한국이라는 사회에만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닐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은 합법적으로 큰돈을 만지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믿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가장 신뢰할 만한 사실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완전한 지옥은 아니다. 경제와 정치, 사회와 문화적인 면에서 20세기보다 훨씬 발전했기 때문이다. 주5일제(6일제)와 야근과 주말근무가 일상이었고, 노동자의 권리 따위 없었으며, 독재가 좋은 정치였고, 권위주의 정치가 만연했으며, 불법과 부패가 밥먹듯 했으니,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낫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못 살겠다 난리일까. 이는 생활 수준의 상승으로 삶의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바라는 삶의 기준은 케이팝과 케이컬쳐가 유행하는 21세기이지만 제도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결정권자들이나 정치인들의 의식 수준이 그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중진국의 시민으로 살아가라 하니 속이 터지는 것이다.


<기생충> 영화를 두고, 어느 외국 유튜버가 한국 사회에서 좋은 영화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 그만큼 한국 사회가 혼란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 한국은 발전했고 세계 사람들이 호기심 어리게, 때론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동시에 숨기고 싶은 문제들도 있고 세대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문제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이곳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한국 역사에서도 보듯 지하에서 지상까지 이어지는 계단도, 지상에서 더 높은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도 쉽게 만들어지지 않지만, 더 나은 삶을 향한 노력들이 아주 조금씩 모여 지금의 사회를 이루었다. 물론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순 없지만


누군가 말했다. 선의만으로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 믿지 말라고. 악의를 가진 사람들도 자신의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잠을 안 자고 노력한다고. 모두가 각자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제도가 아무리 좋은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으니까. 퇴보나 안 하면 다행이지. 진짜 퇴보는 인간의 퇴보이다.


<대학>에 나오는 한 마디를 덧붙인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어제보다 나은 하루. 어제보다 나은 나 자신.



노자 도덕경 31-6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0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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