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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Mar 17. 2024

5장 어디에도 치우침 없는 자세로

편애와 편견을 넘어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본문


하늘과 땅에 그 어떤 치우침(편견이나 편애)이 있겠는가. 성인 또한 마찬가지여서 백성을 추구(꼴이나 개)와 같이 대할 뿐이다. 하늘과 땅 사이는 마치 풀무와 같아 비어 있으니, 소진하지 않고 움직일수록 더 많이 생산한다. 말이 많으면 궁색해질 뿐이니 항상 마음에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해설


노자는 하늘과 땅이 어떤 존재에게만 편견이나 편애를 가지지 않는다 말한다. 무사공평. 다시 말해, 사사로움 없이 어떤 존재에게나 공평하게 대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꼴(지푸라기)나 개(동물)과 같이 대한다고 한다. ‘하늘이 무심하다’라는 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우주에서 모든 존재는 더 나은 가치를 갖거나 더 나쁜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하늘과 땅(우주)은 인간을 마치 동식물 또는 무생물 대한다. 동물과 식물에 대한 인간의 기호가 있을 수는 있으나 생명이나 존재의 가치에 있어서 우위가 어디에 있을까.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누군가를 더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더 끌리기 마련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사람에게는 그것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있어, 그것으로서 자신의 좋고 싫음을 억누르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마음으로 또는 편견 없이 대할 수 있다.


성인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인간을 우주에서 바라보듯 바라보고, 자신을 타인을 보듯 바라볼 줄 아는 사람. 철학이든 문학이든 물리든 천문이든 기본적으로 우주적 가치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려 한다. 그래야만 객관적 시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편’이라 부른다.


한편, 4장에서도 보았지만 하늘과 땅은 언제나 넉넉하다. 불을 지필 때 사용하는 풀무마냥 계속해서 움직일수록 바람은 더욱 많이 생겨나고 그 공기를 빨아들인 불은 더욱 거세게 피어난다. 풀무 사이의 텅 빈 공간 속 바람은 무한할 뿐 고갈되지 않는다. 그러니 걱정 말라고 한다.


또한 하늘과 땅처럼 편애나 편견을 가지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 지구에서의 삶은 넉넉할 수 있다고 본다. 싸우지 않아도 갈등하지 않아도 서로 더 많이 가지려 다투지 않아도 내가 더 억울하다고 호소하지 않아도 우주는 이 모든 것을 먹여살릴 수 있다.


말이 많으면 궁색해지니 마음의 중심을 잡으라는 말이 덧붙여진 것은 전체 맥락상에서 조금 동떨어져 있지만 고대인의 의도를 짐작해 본다면, 말없이 자기 일을 다한다면 곤궁해질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노자는 언제나 말없는 가르침을 행하고 드러나지 않는 선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늘과 땅은 말이 없다. 떠벌리지 않는다. 단지 할 일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인간도 이를 닮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묵묵히 살아가는 일, 운명에 순응하는 일(내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다시 말해 업장 소멸과 적선. 자신의 악업을 없애고 선한 덕을 쌓는 일이다.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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