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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Mar 14. 2024

3장 삶의 기초를 단단히 하는 정치

먹고사는 것의 근본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본문


현명하다는(온갖 사상가나 정치가) 이들을 받들지 않아야 백성들이 (그들에 휘둘리지 않아) 서로 다투지 않는다. 얻기 어려운 재화(금은보화 명품)를 귀하게 여기지 않아야 백성들에게서 도둑질 하려는 마음이 사라진다. 탐낼 만한 것들이 사라져야 백성들의 마음에 혼란이 없어진다.


그리하여 성인의 정치는 그 마음(탐욕)을 굶기고(없애고) 그 배(생활의 기초)를 두텁게 만든다. 그 의지(명예나 권력 또는 부를 얻고자 하는)를 꺾고 그 뼈(근본이나 기본)를 튼튼하게 다진다. 늘 백성이 지나친 앎과 욕망이 없는 무지랭이로 살게 하니, 잘난 사람들이 감히 그들을 현혹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무위의 정치를 펼치니 그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해설


노자에게 갖는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노자가 속세를 초월하려 했던 사람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의 통찰은 세속을 초월하여 더 높은 곳을 향하지만, 그 초월은 실제 현실 정치에 있다. 우주론인 1장, 인식론인 2장에 이어, 3장은 그의 정치론에 해당한다.


인간의 삶에서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은 부, 권세, 명예 세 가지로 본다. 가장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3장에서 노자는 부와 권세를 들면서, 백성들이 탐낼만한 것들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욕망의 대상은 한정적이기에 이를 얻고자 하면 반드시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국 사회를 보자. 어릴 때부터 경쟁에 내몰리고 자라서도 그 경쟁에서 해방되지 못한다. 이는 재화나 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세계 경제력 10위권이자 선진국이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부나 재화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발생할까. 그보단 ‘남보다 더 가지고 더 낫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가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어떻게 하면 뺏어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문제의 원인이다. 그래서 노자는 탐욕을 경계한다. 모두가 불안에 떨며 서로를 믿지 못하고 경쟁에 치이다 보면, 삶이 결코 안정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누구는 갑, 누구는 을, 모든 관계가 이러한 경제적 주종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를 당연하다는 듯 여기며 서로를 차별하고 배제하고 무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묻지마 폭력과 빈번한 강력 범죄의 발생 또한 이런 불안한 사회를 대변하는 현상이다.


현대 사회로 보자면, 노자는 경제적 자유주의를 경계하는 사람이다. 이익 추구라는 경제적 목표를 위해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중요시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여건을 갖추고자 노력하는 자유 시장에서는 본질적으로 모든 경제 주체는 무한 경쟁 체제에 놓여있다.


대신 노자는 기초 생활을 유지하고 인간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는 사회복지를 펼치는 제도를 옹호했을 것이다. 그것이 곧 수정자본주의 체제이고, 조금 더 나아가 사회주의를 주장한 마르크스처럼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이 더 평등해지도록 노력하는 노선에 비유할 수 있다.


노자가 말하는 성인의 정치는 근본을 중요시하고 기본에 충실하고자 한다. 무언가를 탐하고 무언가를 노리는 것보다 밥 든든히 먹고 건강히 운동하며, 명상하고 기도하는, 인간의 삶의 기초가 되는 요소들을 중요시하고 이것이 삶의 바탕이 되도록 만든다. 그것이 곧 ‘배’이고 ‘뼈’이다.


그렇다면 백성들을 앎과 욕망이 없는 무지랭이로 만든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들을 바보로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순박한 마음을 유지하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서로를 헐뜯지 않고 이용하지 않으며 배반하려는, 그런 얕고 약은 마음들을 없애는 것에 목적이 있다.


노자가 말하는 올바른 정치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순박한 마음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순박한 마음만으로 정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없다. 다만, 사람들이 순박한 마음을 간직한다면 분명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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