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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Jun 16. 2024

도덕경 31장 병사와 무기는 꺼려해야 할 것

전쟁의 무서움을 돌아보며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31장 번역 및 해설


번역


무릇 병기(병사와 무기)는 상스럽지 못한 것이기에 모두가 이를 꺼려한다. 그리하여 도를 따르는 이는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 군자는 평소에는 왼쪽을 귀한 자리로 여기고 무기를 다룰 때에는 오른쪽을 귀하게 여긴다.


병기란 상스럽지 못한 것으로 군자의 물건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한더라도 초연하고 담담하게 다룰 뿐이다. (비록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아름답게 여기지 않는데, 아름답게 여긴다는 것은 살인을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살인을 즐긴다면 천하에 뜻을 이룰 수 없다.


길한 일에는 좌측을 숭상하고 흉한 일에는 우측을 숭상한다. 그리하여 편장군은 좌측에, 상장군은 우측에 선다. 상장군이 우측에 사는 까닭은 상례(장례)이기 때문이다.



해설


춘추전국시대에 묵자라는 사람이 있었고 그를 따르는 집단인 묵가가 있었다. 기술자이자 용병이었던 그들은 전쟁을 치르는 나라를 상대로 방어전쟁을 펼쳤다. 그들의 원칙 중 하나가 침략과 정복 전쟁을 반대하는 뜻의 ‘비공(非攻)’이었다. 묵자는 전쟁이 의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익도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30장에 나타난 것처럼 전쟁이 발발하면 모든 것이 폐허로 변하기 때문이다.


노자는 병기는 상스럽지 못한 것이므로 도를 따르는 이는 이를 꺼린다고 말한다. 30장에 이어 전쟁에 반대하큰 의견을 밝힌다. 왼쪽 자리를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과거 임금의 앉은 자리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임금은 북쪽을 뒤로 하고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임금의 자리에서 오른쪽이 곧 신하들의 위치에서는 왼쪽이 되고, 왼쪽은 오른쪽이 된다. 그래서 중요한 관직일수록 왼쪽 줄에 위치한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흉한 일에는 그 자리가 바뀐다. 길한 일에는 좌측을 숭상하고 흉한 일에는 우측을 숭상하니, 장례에서 편장군은 좌측에, 상장군은 우측에 선다. 다시 말해, 전쟁은 슬픈 일이지 기뻐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예외적인 일이다. 안타깝지만 전쟁은 공식적으로 살인을 허용한다. 그래서 전쟁광은 살인을 즐기는 사람에 다름없다.


무엇보다 전쟁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만든다. 공포, 분노, 좌절, 허무에 이르기까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태어난 실존주의와 부조리는 전쟁을 거치며 완전히 무너진 인간 문명과 이러한 야만적인 일을 벌인 인류에 대한 자성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소설들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등의 소설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전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쟁은 부와 풍요의 최대 적이지만 누군가에겐 이익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를 들여다 보더라도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전쟁을 통해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바로 다른 나라를 침공하여 합병하는 제국주의를 통해. 여기에는 영국,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일본에 이르는 여러 국가들이 해당한다.


무엇보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류가 마주친 가장 충격적인 장면 하나는 바로 핵폭탄이었다. 나치의 위협에 맞서 나치보다 먼저 핵폭탄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미국의 과학자들이 마주친 것은 단순한 폭탄이 아니었다. 핵분열이 가져올 연쇄적인 반응이 이 우주를 뒤흔들어놓을지 모른다는 문제였다. 그들은 어쩌면 지구를 멸망시킬지 모른다는 더 큰 두려움과 마주했던 것이다.


그렇게 개발된 원자폭탄은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고 수십 만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원폭 피해자들의 후유증이 지속되었다. 그 결과는 너무나 처참했다. 미국의 핵폭탄 개발인 맨하탄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던 오펜하이머의 한 마디가 이를 대변해준다. 가공할 만한 위력에 대한 공포. 그가 인용했던 인도의 대서사시 ‘바가바드기타’에 등장하는 인도의 쉬바신은 세상을 파괴하는 신이다. 모든 걸 무너뜨리는 신.


나는 죽음의 신이요, 세상의 파괴자다

노자 도덕경 1-30장은 여기에서 보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0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richness-taote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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