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알고 나를 알고 인간을 알고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남을 아는 이는 지혜롭고 자기를 아는 이는 밝다(내면을 들여다본다).
남을 이기는 이는 힘이 세지만 자기를 이기는 이는 강하다.
만족하는 이는 부유하고 뜻이 굳건한 이는 실천한다.
자기자리(마음자리)를 잃지 않는 자는 항존하니(무너지지 않으니), 죽어서도 사라지지(멸망하지) 않는 것을 일러 오래 산다 말한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 자기를 이기는 일, 실천으로 옮기는 일에 이르기까지, 마치 자기계발의 전형서 같은 느낌의 33장이다. 이를 조금 변형하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힘, 자기를 이기는 힘, 실천으로 옮기는 힘으로 옮길 수 있다. 그런 힘들을 키우면 자기자신을 자시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 현재 서양의 자기계발의 방식 또한 동양의 사상에서 온 것들이 많다.
자기를 아는 것을 ‘밝음’이라 한 데에는 32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명상이나 영성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과거 동양에서는 이를 수행으로 불렀다. 명칭은 다르고 내용도 조금 달라졌지만 그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자신을 돌아보고 보살피는 일이다. 사실 인간이 알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자기자신이다. 자기자신에 대해 모르니 자기자신을 돌보는 일의 필요나 그 방법도 모르기 마련이다.
자기자신에 대해 알고 잘 돌볼 줄 안다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으면, 그것에 매진하거나 몰두할 수 있다. 그것이 곧 자기의 길이므로 의심을 할 이유도 다른 길을 찾아 방황할 까닭도 없다. 아주 가볍게 표현하면, 사는 데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물질의 형태를 달고 태어난 영혼의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간은 대부분의 시간을 내면에 귀기울이기보다는 외적인 것들과 자기 욕망 또는 수많은 소음과 타인의 목소리에 신경 쓰기 때문이다. 큰 소음에 오래 노출되면 한동안 멍한 느낌이 남듯 타인의 목소리나 자기 욕망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인간은 방향을 잃고 만다. 자기처럼 살기보다 남들처럼 살아가려 하니 더 그렇다.
남을 이기기 위해서는 힘이 쎄야 한다. 이 힘은 곧 권력이다. 물리적 힘이든, 정신적 힘이든, 물질적 부이든, 무엇이 되었든 남에게 무언가를 억지로 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곧 권력이다. 이를 휘두루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따로 보아야 한다. 자신을 이기기 위해서는 강해야 한다. 어떤 부분이 강해야 하느냐, 자신의 욕망에 무너지지 않고 이를 이겨내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힘, 곧 철저한 자기 관리를 위한 힘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세상에서 가장 알기 어려운 존재가 사람이고, 가장 믿기 어려운 존재가 또 사람이다. ‘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치 사람속은 모른다’ 했다. (도덕경을 번역하며 숱하게 인용하는 속담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말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사람의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고, 10년을 유지하는 마음도 어떤 계기로 어느 한 순간 뒤바끼기도 한다. 사랑이 그렇듯 신뢰도 그렇다. 그래서 사람 관계가 어렵고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더 그렇다.
인간이 갖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곧 사람을 아는 일이다. 직관이 발달한 사람은 사람에 대한 파악이 좀더 빠르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숱한 사람 경험 속에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깨달음이나 앎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절망을 겪기도 하고 분노와 좌절을 겪기도 한다. 한편으로, 그속에서 나 역시 그러한 인간 부류 중 하나란 걸 아는 반성적 지식도 생겨나고 대개의 인간이 그러하다는 통찰도 얻을 수 있다.
돌아보면 인간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놈이 그놈이고 그년이 그년이다’라는 속된 말엔 개개인으로서의 인간이 갖는 차이가 크지 않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 남들과 다르게 살고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99프로는 그놈이고 그년일 수 있지만, 1프로는 그놈이 다른 분이 되고 그년도 다른 분이 되기도 한다. 아주 작은 차이가 인간의 품격과 태도를 가르는 법이다.
그래서 언제나 자기자리를 잃지 않는 이는 자신의 욕망이나 망상과 같은 번뇌에 휘둘리지 않고, 타인의 권력이나 농간에 대해서도 당당히 대응할 수 있다. 자기와 타인에 대해 아는 것, 곧 지피지기. 그러하니 자기자리를 잃지 않는 자는 쉽게 쓰러지지도 무너지지도 않으며, 그가 죽는다 해도 그것이 곧 그가 완전히 이 우주에서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의 정신과 품격이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져 계속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거인의 어깨’이다. 지구에 살아가는 그 어떤 누구도 그 거인의 어깨에 기대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이지만 결코 혼자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처는 항상 자신에 기대어 법(진리)에 기대어 살라 했다. 자신의 내면과 세상의 진리에 따라 사는 것이 곧 노자가 말한 ‘영원의 삶’이다. 그렇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빠다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노자 도덕경, 왜 부와 풍요의 철학인가?
https://www.basolock.com/richness-taotec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