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ms drawing Apr 04. 2016

즐거운 나의 집

내가 살고 싶었던 그 집

"집을 구했단다!"

"정말?"

그동안 마음속을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납덩이 하나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엄마는 차 문에 두 손을 짚더니 나를 향해 씩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야간 근무조로, 리걸 드라이클리너 세탁소 한 구석에서 다림질을 하다 온 엄마의 머리카락은 아무렇게나 뻗쳐 있었다. 엄마는 신발을 벗고 앞좌석에 올라탔다.

"정말이고말고! 드디어 번듯한 집으로 들어가는 거야!"

우린 한 번도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다. 항상 아파트에서 살았다. 벌써부터 내 침실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금색 테투리로 장식된 새하얀 가구가 있는 침실. 루앤의 방처럼 말이다. 어쩌면 분홍색 카펫이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중략)...


그 순간 나는 내 평생 가장 힘겨운 일을 해냈다. 아줌마한테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세 개의 동전뭉치와 마요네즈 통을 채운 1달러 지폐들 이야기부터, 무키 아저씨가 통나무 위에 윌리의 초록색 스카프를 놓고 떠난 이야기까지, 모조리 말해버렸다.

그런 다음에는 아줌마가 나를 미워하기만을 기다렸다.

...

"힘든 시간을 겪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도 하게 되는 법이지. 그렇지 않니?"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할 말을 찾았다. 하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바바라 오코너's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中                  



초록색 커다란 나무문이 있고 문을 따라 내 키를 훌쩍 넘기는 등나무에 꽃이 주렁주렁 열리는 집을 상상했다. 하얀 커튼, 보송한 식탁보, 엄마가 들릴락 말락 한 콧노래를 부르며 볶아대는 음식 냄새.

작은 마당에서 이리저리 뛰어놀다가 바닥에 흩어 피어난 들꽃들로 다발을 만들고 발갛게 물든 뺨 위로 땀방울을 반짝이고 있는 나의 모습. 

작은 다발은 초록문 손잡이에 매어놓아 아빠가 들어올 때 기뻐할 것을 기대하고 저녁 식탁에 엄마를 위한 더 큰 다발을 장식하는 꿈속의 작은 집.

어째서 나는 집이 없을까 매일 슬퍼하는 대신, 꿈속에서 나만의 완벽한 집을 상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불균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