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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린 Mar 29. 2016

좌우명의 역설 "홍보는 진정성이다"의 참뜻

알깨기! 프레임에서 벗어나라.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고은. 순간의 꽃


매 순간이 그렇다.

답답하다. 짜증도 난다. 뒷목도 지그시 땡긴다.

왜?

내 마음대로 안되니까.


'내가 정성껏 만들어둔 프레임이 이렇게 예쁘게 자리를 잡았는데, 왜 자꾸 어긋나지?'




홍보를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어리바리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큰 그림이 보인다 싶어 신났던 시간도 잠시. 이내 여기저기에서 균열이 생긴다.


아. 제품 출시한다길래 홍보 전략 세우고 출시일 잡히자마자 역순으로 시간 계산까지 꼼꼼히 해서 액션 플랜 만들고, 실행하고 완벽했는데!

이게 뭐람!




마치, 이런 기분이다. 외딴 섬에 홀로 앉아 있다가 없는 나무 수소문해서 찾아다가 배 한 척 간신히 만들어 이제 막 바다에 띄우려니, 갑자기 없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저마다의 언어로 이야기를 쏟아낸다.


아 배 띄울 시간인데.

배 만들면 좋은 소문 내주겠다는 사람들이랑

약속한 시간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이제 와서 돛을 바꾸라니, 색깔이 맘에 안든다니 사이즈가 크다니.. 어쩌란 말인가.

이건 어떤 상황이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홍보 담당이 흔히 겪는 일이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을 커버하느라, 늘 안팎의 균형을 잡느라 힘들다.


홍보는 외부에 우리 제품을 알리고, 이해관계자를 만나 약속을 하고, 내부에 외부 동향을 전달해 최상의 제품을 선보이도록 돕는 일련의 과정을 담당한다. 제품에 대해 빠삭하게 알아야하는 건 물론, 그 제품이 나올 시기의 이슈도 미리 체크한다.


이슈에 따라 타이밍이 중요할 때도 있고,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타이밍을 정하는 건 홍보의 역할이다. 전략적으로 슈팅을 해야 할 최적의 타이밍을 정해야 하는거다. 홍보의 촉이 중요한 순간이다. 모두가 담당자를 바라본다. 이 상황에서 자칫 놓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다. 완고한 프레임을 놓고, 고집을 꺾어야 하는 거다. 그게 누구든.

이럴땐 맛난 걸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진정한 홍보는 기업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완성된다. 기업 내부에서 고객에게 선보이는 최종 시점까지 함께 리뷰하고 다듬고 그러다 설혹 타이밍이 늦어지더라도 최상의 제품을 선보이는 편이 차라리 낫다. 그 편이 제품 홍보 열심히 해놓고도, 추후 고객 컴플레인으로 위기 관리까지 가는 이른바 커뮤니케이션 대참사를 면하는 방법이다.




앞서 프레임에 대한 홍보 파트의 한탄을 적었다.

홍보는 뒷단의 작업이 전부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자처하는 게 "제품을 먼저 주세요. 그럼 그 이후에 홍보전략 짤게요" 와 같은 말이다. 내둥 가만히 있다가 제품 나오면 제한된 정보로 전략 짜고 실행 계획을 짠다. 한술 더 떠 외부와 연결된 채널이니 말도 아낀다. 그렇게 faq를 짜고 예상되는 내용을 미리 챙겨서 이번 제품 출시 버전용 프레임을 딱 세팅해둔다. 그맘 때 만나는 모든 이해 관계자와 그 프레임 안에서 안전한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판을 잘 짜놓고 보니 문제가 생긴다. 홍보가 기업 내부에서도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소통하기 시작하는거다. 제품이 완성되기 전까지 어떤 치열함이 있었는지도 모른채 홍보는 홍보 나름의 홍보를 펼친다. "일단 이렇게 짜두었으니 알리기부터 해보시지요. 이 후엔 또 거기에 맞게 전략을 짤게요"

 

또는 역으로 홍보담당이 불확실한 부분은 좀 더 검토하자 제안하며, 고객의 질문에 대응할 확실한 근거를 챙기고 내보내자 요구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이런 말을 듣는다. "일단 홍보부터 하세요. 그동안 뭔가 달라지겠죠"

"내 마음을 받아줘" 영혼을 담아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서 "홍보는 진정성이다"라는 구호의 참 뜻을 되새겨보게 된다. 왜 홍보에 난데없이 진정성 타령일까. 우스개소리로 기업의 슬로건은 기업의 가장 부족한 부분을 대변한다는 말이 생각나는 지점이다.


이렇게 제대로 갖추지 않고 홍보가 외발로 나서기 시작하면 이내 진정성을 잃고 휘청거린다. 겉만 번지르한 말의 향연이 된다. 당장은 빛나고 당장은 향기로워도 이내 그 빛을 잃고 스러지게 된다.




홍보를 위한 홍보 프레임을 깨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프레임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건 아니다.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이 정제된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건 당연지사니까. 다만, 정형화된 프레임이 고착화되는 건 지양해야 한다. 자꾸 깨고 다시 만들어보는 무한루프에 기꺼이 동참해야 하는 이유.




좌우명의 역설 - 홍보는 진정성이다.

그동안의 홍보가 진정성을 갖고 있었다면 과연 많은 기업과 홍보담당자들이 이토록 진정성을 외치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이것이 기업과 기업의 홍보 파트가 같은 방향을, 더 멀리 보는, 진짜 고객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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