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가 아버지를 돌볼 차례다

by JMK

면회 금지가 시작된 지 다섯 달째,

2020년 10월 말, 병원에서 급히 연락이 왔다.


“보호자님, 아버님을 큰 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본 아버지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살이 빠지고, 눈빛이 흐릿했다.

나를 알아보는 듯했지만, 어떤 반응도, 말 한마디도 없었다.

정정하시던 아버지의 앞니는 빠져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되신 걸까? 왜 말을 하지 않으시는 거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간병인에게 정신적 폭력을 당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끝내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의 충격이 아버지의 말을 앗아간 것만은 분명했다.


대학병원에 도착하자 의사가 차분히 말했다.

“CT를 찍어보겠습니다.”


검사 결과는 곧 나왔다.

“수두증이 의심됩니다. 뇌척수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않아, 뇌실이 커진 상태예요.”


수두증. 처음 듣는 병명이었다.

“그게... 치매 같은 건가요?”

나는 무지했다.

의사의 설명을 들어도, 머릿속은 하얘졌다.


의사는 다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정상압 수두증입니다. 걸음이 느려지고 자주 넘어지는 게 특징이에요.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치매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릅니다.

치매는 회복이 어렵지만, 수두증은 수술로 호전이 가능합니다.

션트 수술로 뇌척수액을 배출해 주면 보행, 배뇨, 인지 기능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희망의 말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한 문장이 나를 무너뜨렸다.


“아버님은... 너무 늦으셨습니다.”


그 말이 내 가슴을 찢었다.

숨이 막혔다.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나는 혹시나에 기대를 걸고 싶었다.


“선생님이라면... 선생님 부모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의사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조용히 말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아주 없진 않습니다.

해봅시다.”


그 말 한 줄이 마지막 희망처럼 들렸다.

나는 기적을 믿기로 했다.

아버지를 퇴원시키며 다짐했다.


‘이제는 내가 아버지를 돌볼 차례다.’

월요일 연재
이전 05화코로나가 가져온 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