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뮤직 Creative Music
2019년도 한국에서의 첫 공식적인 공연을 준비하면서 나의 음악적 분야를 정의하는 단어로 Creative Music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딘가에 쉽게 속하고 쉽게 카테고리화할 수 없는 나의 음악에 그냥 "음악"이라는 이름 이외에 '어떤 종류의 음악'을 하는지는 적확한 표현을 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구분인 즉흥연주음악, 재즈, 크로스오버, 뉴뮤직 New Music, 이런 표현은 음악의 외연에 따른 구분이거나, 내가 직접적으로 닿아있지 않은 커뮤니티 안에서 이루어지는 음악이라는 점 등 여타 다른 이유와 함께 나의 음악이 피어나는 동기와 자라나며 지향하는 방향의 본질을 표현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Creative Music은 포괄적인듯하면서도 내가 지향하는 음악의 핵심적 정체성을 잘 끌어안은 개념이다. 나의 멘토이신 와다다 레오 스미스가 1973년에 발간한 작은 책
<notes (8 pieces) source a new world music: creative music>에 정의한 내용을 옮겨본다.
크리에이티브 뮤직은 예술 형식으로서 즉흥 연주에 대한 고도화된 인식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한다. 아프리카계 미국, 인도, 발리, 이슬람 문화권에 걸쳐서 이러한 계통의 음악이 발달해왔고, 이는 세계의 음악 그 공동의 장에서 균형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크리에이티브 음악은 종래에는 유럽 계통의 미국/아메리카의 정치적인 우위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달성될 대야 비로소 유의미한 세계 정치의 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문화는 우리가 삶을 사는 방식이라면 정치는 삶을 다루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creative music is dedicated to developing a heightened awareness of improvisation as an art form - i feel that the creative music of afro-america, india, bali and pan-islam has done much along these lines, and is also creating a balance in the arena of world music (africa, asia, europe, euro-america, afro-america) and that this music will eventually eliminate the political dominance of euro-america in this world - when this is achieved, i feel that only then will we make meaningful political reforms in the world: culture being the way of our lives; politics, the way our lives are handled.
와다다에 따르면 크리에이티브 뮤직의 핵심에 즉흥 연주가 놓여있다. 즉흥 연주라는 음악 행위 방식은 우리가 ‘클래식’이라 부르는 유럽의 전통으로 발달해온 음악에 대척점에 있었다. 따라서 즉흥연주는 단순하게 또 다른 하나의 음악 연주 모드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핍박받아온 미국의 흑인들과 흑인 아티스트들에게는 그들의 문화적 행위 자체에 정치적 의미가 있었다. 즉흥연주가, 또 그 중심에 있는 재즈가 견고한 사실과 이성을 받드는 백인 남성 중심의 음악학 필드에서 아예 음악으로 취급되지도 않던 시절이 있었다. 이는 학자들의 이성과 지성의 결과로 나온 태도라기보다는, 즉흥연주 음악을 하는 주체의 인간성을 제거하는 인종차별주의적 인식과 태도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타인의 인간성을 배제하고 인간을 물질-대상화함으로써 이뤄온 대항해, 아니 대약탈시대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부를 만들어내던 마음과 결을 같이한다. 즉흥연주를 둘러싼 학계의 본격적인 탈식민주의적 담론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은 Critical Studies of Improvisation (즉흥의 비판적 연구)으로 학제의 발제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뮤직은 즉흥 연주뿐만 아닌 다양한 음악 창조 방식을 장려한다. 자유, 세계 음악적 요소의 융합도 존재하지만, 사실은 ‘민주적’이라는 표현이 그 핵심을 더 잘 표현하는 것 같다. 크리에이티브 뮤직을 실질적인 음악적 흐름으로 결집시켰던 AACM은 각 멤버들이 자신만의 개성적인 방식과 시스템으로 음악을 구조화하도록 북돋았다고 한다. AACM의 원년 멤버인 와다다가 같은 정신과 태도를 갖은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음악 행위는 작곡이든 즉흥연주이든 연주이든 모두 행위 주체의 의지, 그중 소리를 ‘구조화’하려는 의지는 동일하다. 다만 매우 견고한, 고정된 ‘실체’로서의 음악을 신봉하는 세계관에서는 “작곡”된 음악은 먼저 구조화된 즉 작곡된 음악과 이후에 해석되어 연주되는 음악의 구분이 분명하다. 또한 이는 그 곡의 기계적인 내용과 구조가 매 회 연주될 때마다 똑같이 반복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악보의 재현을 넘어서 곡이 연주되는 특수한 시공에서 악상을 펼쳐내는 또 다른 차원의 창작이 일어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 뮤직의 면모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