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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서 Apr 11. 2022

나는 왜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는가

호구의 삶

누군가에게 선의를 베풀고 그만큼의 인정을 받는다면 그건 호구가 아니다. 최선을 다 했지만 미움받는 것.. 그게 호구다. 나는 호구의 삶을 살아왔다. 아주 오래전부터 쭈욱.

어린아이 때 받은 미움이 어찌 내 탓이겠냐만, 커서도 이러면 나도 문제가 있는 거다. 연애를 할 때도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쓸게까지 내어주다 만신창이가 되어 빠져나오곤 했다. 그러다가 처음 배려받는 기분을 알게 해 준 사람을 만나 결혼을 다짐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 번 호구 영원하라~ 남자 친구 뒤에 부모님이 계셨고, 특히 어머님은 나에게 바라는 게 많으셨다. 그리고 나는 그걸 다 했다. 힘들었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항상 이게 문제다. 그렇게 수 없이 남자 친구 부모님의 요구에 응하다가 딱 한번 빠져나올 구멍을 찾아서 만세를 불렀는데, 그날 사달이 났다. 내가 자신들이랑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안 한다는 이유였다. 억울했지만 남자 친구도 그다지 내편이 아니었다. 힘들다, 싫다, 수 차례 얘기했지만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 상견례 직후 화산이 폭발했다. 왜 그렇게 화가 나신 건지 지금도 모른다. 표면상 이유는 빨리 결혼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결혼을 미루겠다 했고, 왕례를 끊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부모님도 남자 친구도 내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해도 욕만 먹다가 안 해버리니 대접을 받는다. 이건 뭐.. 뭐 같은 세상이다.

그 후로도 사건이 몇 번 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평화를 찾았다. 그렇게 호구의 삶에서 벗어나는 듯했지만, 아니었다. 한 번 호구 영원하라~ 설마 낳아주신 부모님께서 나에게 이러실 줄은 상상을 못 했고, 누군가를 믿는다는 게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구구절절한 얘기는 재미가 없으니 줄이고, 위의 사례보다 스케일이 서른 배는 더 크며 내 인생의 절반쯤을 부정당했다고 요약하면 될 것 같다.

나는 부모님을 위해 대가 없이 가족 사업에 참여해 끝까지   있는 힘을 다했다. 그러면 알아주실  알았다. 설마 모르실까 싶었다. 그런데... 정말 모르신다. 오히려 나를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무능력자로 여기셨고,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탓이나는 소리를 들었다. 여러 차례 이야기할 자리를 마련해 보았지만 소용없었고 분노만  키웠다. 내가  일은 당연한 , 내가 하는 요구는 괘씸한 것이었다.

성공의 결실은 엉뚱한 사람에게 전부 가버려서  이상 앞으로 나갈 여지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결국, 빠져나왔다. 손은  , 가슴은 상처 투성이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털어버린 것이 다행이다 여기며 최대한 깨끗하게 하루라도 빨리  일에서  흔적을 지워주길 부모님께 요구했다. 진심으로 싫기도 했고,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있을  같았다. 그랬더니... 이게 뭔가.. 그분들이  얘기를 들어주기 시작하신다. 미약하나마 처음으로 '사과'라는  받아보았다. '이해'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그렇게  토하는 심정으로 제시했던 해결책들 중 극히 일부이나마 그들이 먼저 제안하기 시작했다.

한심하다.  말이다.  문제를 모르지 않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제 아무도 믿을  없는 지경이 되었다. 낳아주신 부모님을  믿는데 누굴 믿겠는가? 모두가 나를 효용가치가 있어서, 뜯어먹기 위해 옆에 두는  같다.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알았다. 알고 보니 반대다. 싫은 걸 좋게 받아들이면 바보가 된다. 사람들은 날 무시하고, 그들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나를 몰아세운다. 결국 나는 병신이 된다. 몸이 아니라 마음에 병이 있는 병신 말이다. 이런 나를 고쳐야 하는데,   박힌 관념이 쉽게 바뀔  같지는 않다. 언제쯤 호구의 삶에서 벗어나 나도 행복하고 주변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제발 아이들에게만이라도 건강한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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